“대북 제재 안 먹히는 이유, 트럼프 기분대로” 코언 기고문 전문

“대북 제재 안 먹히는 이유, 트럼프 기분대로” 코언 기고문 전문

임병선 기자
입력 2019-04-01 10:19
업데이트 2019-04-01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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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9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취재진에게 발언하고 있다. 팜비치 AP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9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취재진에게 발언하고 있다.
팜비치 AP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북제재가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으며 대통령의 기분에 따라 제재 부과나 철회를 결정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전직 당국자의 지적이 제기됐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중앙정보국(CIA) 부국장과 재무부 대테러·금융정보 차관을 지낸 데이비드 코언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워싱턴 포스트 기고문 ‘트럼프의 제재가 효과가 없는 이유’를 통해 이렇게 주장했다. 다음은 기고문 전문.

지난달 22일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대북 제재의 철회를 명령했다고 올렸다. 그가 앞으로 다가올 제재 패키지를 철회한 것인지, 바로 전날의 (재무부 발표) 제재를 철회한 것인지는 여전히 불분명하다. 그리고 대통령 자신은 그 이유를 설명하지 않았는데도 새라 샌더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좋아하며 이런 제재들이 필요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제재를 철회한다고 했을 것이라고만 말했다.

 이렇게 트윗 하나로 정책이 바뀌는 현상은 미국의 혼란스러운 국가 안보 프로세스를 반영한다. 모든 제재에 접근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더 광범위한 문제들도 역시 노출시켰다. 이를테면 북한, 이란, 러시아와 베네수엘라를 대상으로 제재를 하고 있지만 어느 것 하나 국가 안보의 위협을 해결하는 데 잘 작동하지 않고 있다.

 문제는 재무부의 노력 부족에 있지 않다. 재무부는 맹렬한 속도로 혁신적인 제재 방안들을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제재들은 광범위하게 동원한다고 목표로 삼은 외교정책이 환상적으로 성취되게 하는 만병통치약도 아니다.

 여러 해에 걸쳐 제재 노력들을 관장할 기회를 가진 난, 제재가 먹히려면 세 가지 요소가 절실하다는 점을 확신하게 됐다. 먼저 제재들은 명료하게 조율되고 달성 가능한 정책 목표에 이바지하기 위해 배치되어야 한다. 목표가 뒤섞이거나 달성하기 어렵다면 제재는 구동력을 얻지 못한다.

 둘째로 외교·경제지원과 원조·군사적 신호 등 미국의 파워를 키우는 다른 수단과 병행해야 한다. 제재 만으로 목표를 달성하기란 흔치 않은 일이다.

 코언 전 부국장은 “불분명하고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를 위해 광범위한 제재를 일방적으로 동원하는 것은 제재의 위력을 약화시킬 가능성이 크다”면서 “특히 제재의 타깃과 사랑에 빠지고 사랑을 버리는 대통령의 기분에 따라 제재가 부과되고 철회되는 건 더 위험하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과 좋은 관계임을 부각하면서 사랑에 빠졌다는 표현을 썼던 것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세 번째로 정책 목표를 공유하는 국제 파트너들도 보완적인 제재에 동참함으로써 최선의 성과를 이끌어낼 수있다. 우리의 제재들을 강력하게 만드는 중요 지렛대가 미국 달러와 재정 시스템인데 국제 무역과 재정을 지배하고 있지만 세상은 점점 상호의존적이 돼가며 현재 상당한 경제력을 보유한 국가가 미국의 제재를 피하려면 피할 수도 있다.

 대북제재에 관한 한 트럼프 행정부는 셋 모두 실패했다. 명료하게 조율된 정책 목표가 없다. 우리는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FFVD)’를 추구하고 있지만 트럼프와 김정은 사이가 좋다고 북한의 위협이 중립화됐다며 우리 모두 “잠을 잘 자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한발 나아가 이 정책을 달성하기 위해 정부 전체가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연합훈련을 중단시키고 자신만 직접 김 위원장과 협상 가능하다며 외교관들의 입지를 축소하고 있다.

 그리고 오늘날 국제적인 제재를 돕는 식으로 움직이는 것은 거의 없다. 2017년에 구축한 다면적인 압력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6월 “더이상 북한으로부터의 핵 위협은 없다”고 언급함으로써 훼손됐고,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2일 충동적인 트윗으로 대북제재를 철회해 재무부를 놀래기면서 더욱 약화됐다.

 이란에서 양상이 특별히 나아진 것은 없다. 트럼프가 이란 핵합의에서 발을 뺀 뒤 광범위한 이란 제재가 가져온 단 하나의 파장은 이란 경제에 미친 영향 뿐이었다. 하지만 미국의 제재는 유럽연합(EU)과 다른 주요국 경제에 의한 광범위한 반대에 직면했다. 특히 트럼프가 외형적으로 추구하는 것으로 보였던 정책 목표인 정권 교체를 달성하는 데 어울리지 않는 제재 조치들이었기 때문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도 먼저 어느 정권이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제재를 철회시키는 비용과 제재를 받으며 원조를 받는 것이 얼마나 더 이득인지 따져보는 것을 상상하기란 어렵다.

 트럼프의 러시아 정책은 뒤범벅 엉망이다. 의회는 강력한 제재안을 입법했고, 재무부는 “러시아의 사악한 행위 전반을 억제할 확고하고도 연장된 캠페인을 벌여왔다”고 자랑했다. 하지만 대통령은 러시아를 밀어붙일 의지도 능력도 없다는 점을 스스로 보여줬고, 대선 개입이 있었는지 여부나 우크라이나 침공과 같은 무법한 일을 계속되는 것,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정권을 개입하는 등의 문제점이 계속 드러나고 있다. 간단히 말하자면 혼동된 정책에 이바지하는 제재들은 전혀 먹혀들지 않고 있다.

 마지막으로 베네수엘라 역시 뭐가 들어있는지 모르는 가방 안이다. 이란에서처럼 미국은 정권 교체를 요구하고 있으며 여러 다른 나라들이 우리와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하지만 이란에서처럼 트럼프 행정부는 특히 러시아, 중국과 인도 등 다른 나라들을 자신의 노력에 동참시키지 못하고 있다. 미국의 제재들이 베네수엘라의 끔찍한 경제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는 점은 의심할 여지가 없지만 그렇다고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이 제재 압력을 덜기 위해 권력을 내놓을 것이라고 상상하긴 어렵다. 마두로 정권이 실각할 수 있지만 그렇게 한다고 해서 트럼프 행정부의 일방적인 제재가 원인이 됐다고 말할 것 같지는 않다.

 명확하지 않고 획득하기 어려운 목표들을 추구하는 일방적인 제재만을 광범위하게 밀어붙이는 것은 제제의 위력을 약화시킨다. 다른 나라들이 달러와 미국의 재정 시스템을 우회하는 방법을 열심히 찾아내기 때문이다. 제재 대상이 되는 나라와 사랑에 빠졌다가 딱지를 맞는 대통령의 기분에 좌지우지돼 부과했다가 철회했다가를 반복하는 제재들은 특히 더 위험하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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