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은 조종사가 하지만, 땅에서는 비행 수 시간 전부터 정비사들이 자신이 맡은 기체의 모든 것을 살피면서 비행 안전을 책임진다.
조종사들은 맹훈련으로 신규 팀원을 받아들이고, 평범한 비행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기동을 펼치기 위한 팀워크를 길러 하늘로 나선다.
지난 1일(현지시간) 애벌론 국제에어쇼가 펼쳐진 호주 멜버른 인근 도시 절롱의 애벌론 공항에서 블랙이글스가 날아오르기까지의 과정을 살펴봤다.
공군 53특수비행전대 블랙이글스는 국산 항공기 T-50B 8대로 공중 기동을 펼치며 예비기 1대까지 총 9대를 운용한다.
블랙이글스 정비사 중 최고 베테랑으로 1번기 정비를 책임지는 ‘기장’을 맡은 방기삼 상사는 “전체적으로 항공기 외부 상태, 외부 장착물 상태를 살피고 타이어, 인테이크(흡입구), 조종석 스위치 작동 상태 등을 살펴본다”고 말했다.
T-50B는 고등훈련기 T-50을 특수비행 용도로 개조한 항공기다. 그 특성에 맞춰 블랙이글스가 공중 기동 중 내뿜는 연기(스모크) 상태를 살피는 것도 중요한 과정 중 하나라고 말했다.
9번기 기장을 맡은 맹윤주 중사는 블랙이글스 최초의 여성 기장이다.
애벌론 공항 주기장의 9번기 옆에서 만난 맹 중사는 밀리터리 마니아를 뜻하는 소위 ‘밀덕’에 해당하는 부친 덕분에 전투기들이 나오는 영화를 숱하게 보면서 자라 자연스레 전투기에 가까이 있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한다.
맹 중사는 “중학교 시절부터 군인이라는 직업, 그리고 전투기에 반해서 그때부터 전투기 정비사가 꿈이었다”며 “가장 빠르고 멋있는 무기인데다가 공중전을 펼치는 모습이 좋았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도 일이 재밌기만 하다”면서 “53전대가 있는 원주 기지는 겨울에 영하 17도까지 내려가는데, 밖에서 일할 때 추운 점이 힘들기는 하다”고 웃었다.
블랙이글스는 항공기 8대로 기동하고, 조종사 역시 8명인데 지금은 훈련 조종사 1명까지 더해 9명이 있다. 소령 3명과 대위 6명으로 구성됐다.
블랙이글스는 2월 사관학교 졸업식부터 10∼11월 국군의날 행사 등까지를 ‘시즌’으로 보고 11∼2월을 ‘비시즌’으로 친다. 대체로 이 비시즌 기간에 훈련 조종사 2명을 받고 이들이 훈련을 거쳐 기존 조종사 중 경력이 오래된 2명을 다음 시즌에 대체하게 된다.
이때 들어오는 2명은 기존 조종사 8명의 만장일치가 아니면 받지 않는다고 53전대장 서영준 대령은 강조했다.
블랙이글스는 공중에서 항공기 간격이 좁을 때는 1∼2m까지 붙기도 하고, 자존심 강한 조종사들 특성상 완벽한 팀워크가 아니면 부대 운영이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착안한 전통이다.
기존 전투 조종사들이 자원하면 조종 실력은 물론 평판, 대인관계, 성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선발한다.
이날 애벌론 공항에서 블랙이글스의 에어쇼는 전반부 하이 쇼, 후반부 로우 쇼로 진행됐다. 원래는 하이 쇼로 하기로 했다가 구름이 몰려오자 로우 쇼로 변경했다.
여건이 좋지 않았지만, 블랙이글스 조종사들은 하늘에 태극 문양, 하트에 꽂히는 화살 무늬를 그려내 현지 관객들의 박수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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