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안 갈등 고조에 한중 외교도 ‘시험대’… “중립 지키며 위기관리를”

양안 갈등 고조에 한중 외교도 ‘시험대’… “중립 지키며 위기관리를”

강국진 기자
강국진, 안석 기자
입력 2024-01-15 03:00
업데이트 2024-01-1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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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가 본 대만 선거 여파

“中, 대만에 군사·경제 압박 강화할 것
대만해협 충돌 땐 北도발 전이 우려”
공급망·대중외교 등 불확실성 커져
정부 “하나의 중국 존중, 변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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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치른 선거에서 대만 독립을 주장하는 라이칭더 집권 민주진보당 총통 후보가 당선을 확정 짓자 대만 타이베이에서 민진당 지지자들이 깃발을 흔들며 환호하고 있다. 타이베이 AP 연합뉴스
13일 치른 선거에서 대만 독립을 주장하는 라이칭더 집권 민주진보당 총통 후보가 당선을 확정 짓자 대만 타이베이에서 민진당 지지자들이 깃발을 흔들며 환호하고 있다.
타이베이 AP 연합뉴스
대만 총통 선거에서 친미·반중 성향인 라이칭더 민주진보당 후보가 당선되면서 양안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앞으로 대만 문제에 더욱 선명한 목소리를 내도록 외교적으로 압박하는 상황이 오더라도 불안한 한중 관계를 고려해 보다 신중하고 중립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강조했다. 양안 갈등이 우리나라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치는 만큼 치밀하고 촘촘한 ‘위기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경제 분야에서 공급망 문제 등 다양한 시나리오에 대비해야 한다는 주문도 많았다.

이희옥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14일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가능성은 낮다. 미국 역시 지정학적 긴장이 격화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면서도 “중국은 단기적으론 다양한 군사·경제적 수단으로 대만을 압박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중국과 대만의 긴장 관계는 계속될 것이며 이는 주변국들에 부담을 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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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미 백악관에서 캠프 데이비드로 떠나기 전 취재진과 만나 대만 총통선거(대선) 결과에 대해 “우리는 대만의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며 ‘하나의 중국 원칙’을 재확인했다.  워싱턴DC UPI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미 백악관에서 캠프 데이비드로 떠나기 전 취재진과 만나 대만 총통선거(대선) 결과에 대해 “우리는 대만의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며 ‘하나의 중국 원칙’을 재확인했다.
워싱턴DC UPI 연합뉴스
앞서 윤석열 정부가 지난해 한미·한미일 협력을 강화하며 중국을 겨냥해 대만해협에서 ‘힘에 의한 일방적 현상 변경’ 시도를 우려한다는 메시지를 내자 중국이 강하게 반발한 바 있다. 이와 관련,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지난해 내놓은 ‘미중 전략경쟁 시기의 대만 문제와 한국의 경제안보’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해상 운송량의 33.3%가 대만해협 주변을 통과하며 대만해협에서 안보 문제가 발생하면 주요 자원과 제품에 한정하더라도 하루 4452억원에 이르는 경제적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보고서는 “남북 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지 못하고 대립 상태로 방치한다면 대만해협 내 군사적 충돌이 바로 북한의 도발 같은 한반도의 안보 불안으로 전이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런 우려를 반영한 듯 정부는 대만 선거 결과에 원론적이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외교부는 이날 “우리 정부의 기본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면서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은 한반도 평화와 안정에 긴요하며 역내 평화와 번영에도 필수 요소다. 우리는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이 유지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한중 관계를 고려해 기존에 유지해 오던 ‘하나의 중국’ 존중 입장을 재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민귀식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교수는 “중국과 대만 모두 기존 정책을 전환하기가 쉽지 않다. 적어도 오는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까지 양안 관계가 강대강 구도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이어 “사실 양안 관계에 한국이 할 수 있는 공간이 별로 없다”면서도 “긴장 완화를 촉구하며 동북아시아 지역 협력을 위한 노력을 이어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해영 한신대 글로벌인재학부 교수는 “동중국해는 우리나라 서해와 이어져 있다. 중국과 대만 간 위기가 고조되는 건 곧 대한민국의 안보 위기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우리로선 경각심을 갖고 위기관리에 집중해야 한다. 양안 관계에 신중한 중립 기조를 견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경제 전문가들은 당분간 현 상황이 유지될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향후 양안 관계 변화가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을 비롯해 다양한 시나리오를 준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대만이 위기에 직면해도 우리가 영향을 덜 받도록 해야 한다. 대만이 위기면 우리도 위기”라며 “결국 한반도와 대만은 같은 상황이다. 중국이 대만에 직접적인 위해를 가하게 되면 북한도 움직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한국은 양안 관계가 악화하면 피해를 볼 수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반사이익을 얻을 수도 있다. 지금은 어느 쪽으로 흘러갈지 알 수 없다”며 “상당한 변화가 있을 수 있으니 우리로선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이어 “과거처럼 중국을 활용해 경제가 성장하는 식의 혜택을 받기는 더욱 어려워졌다”며 “미국이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할지가 중요하고 한국은 이에 따라 어떻게 준비할지가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강국진·안석 기자
2024-01-15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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