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안철수 단일화… 외연확장위한 무한경쟁 국면으로
문재인 민주통합당, 안철수 무소속 대선 후보 간 단일화를 둘러싼 기류가 외연 확장을 위한 ‘무한경쟁’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양 캠프의 신경전은 더욱 날카로운 대립각을 만들고 있는 분위기다. 전문가들도 대통령 후보 등록일(11월 25~26일) 전후가 아니라 12월 19일 대선일 막판까지 안갯속 단일화 시나리오에 기울고 있다.안 후보 측 김성식 공동선거대책본부장은 15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단일화가 아니라, 더 정확한 표현은 연대이거나 연합이며 민주당을 싫어하면서 정권교체를 바라는 국민도 많다.”며 입당을 전제로 한 민주당의 후보 단일화 구상을 아예 원점으로 되돌렸다. 안 후보의 입당 제안에 대해선 ‘당리당략’이라고 공격하며 대립각을 세웠다. 단일화의 유불리를 저울질하고 있다기보다는 단일화 자체를 온몸으로 거부하는 모습이다.
안 후보 측이 제기한 연대·연합론은 대등한 세력 간 협력을 의미한다. 민주당의 요구에는 단일화를 고리로 무당파 지지 세력을 흡수하려는 의도가 숨어 있다고 판단, 정당후보론을 앞세운 민주당에 직격탄을 날린 셈이다.
캠프 핵심 관계자도 “단일화는 힘을 모은다는 것으로 다양한 방식이 있을 수 있다.”며 “단일화를 통해 안철수 정부가 만들어진다면 협력 정당이 생기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연대를 통한 ‘단일화’의 모양새를 갖추되, 입당하지 않고 독자세력화해 대선 이후 제3정당을 만들 가능성도 엿보인다. 안 후보 측은 두터운 지지층을 확보하고 있는 만큼 정당에 버금가는 세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이에 문 후보는 이날 저녁 기자들과 만나 “가치 지향이 유사한데 단일화를 못할 이유가 없다. 따로 가는 게 국민들 볼 때는 더 이상하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단일화는 이긴 사람이 후보가 되고 진 사람은 아무것도 아닌 게 아니라 함께 선거운동을 다니고 경제민주화, 복지국가, 새 정치를 위해 힘을 합쳐야 한다.”고 말했다. 단일화 방안에 대해선 “가장 쉬운 방법은 같은 틀 내에서 해야 한다.”며 민주당 입당론을 거듭 강조했다.
다만 안 후보가 단일화에는 응하되 입당은 거부할 가능성에 대해 “그런 선택도 있을 수 있다.”면서 길을 열어놨다. 문 후보는 “정치혁신위원회를 공동으로 꾸리는 게 여의치 않다면 위원장을 공동으로 할 수도 있고, 위원회를 공동으로 하는 것을 제안할 수도 있다.”며 “이 길만 길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는 “롯데가 한국시리즈로 가면 롯데팬으로서 안 후보와 시구 단일화를 하겠다.”는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문 후보의 끈질긴 압박과 안 후보의 매몰찬 거절의 이면에는 지지층 외연을 확장해야 한다는 속사정도 있다. 후보 단일화 논의를 서두르면 문 후보는 기선을 제압하며 후보 단일화를 바라는 유권자들의 지지를 최대한 끌어 모을 수 있는 반면, 안 후보는 ‘단일화 프레임’에 갇히게 되면서 외연 확장을 위해 중도층을 공략할 시간을 잃게 된다. 지금처럼 두 후보의 지지율이 비등한 상황에서는 문 후보의 이득이 더 큰 셈이다. 문 후보의 단일화 구애가 의도적인 공세라는 해석도 있다. 단일화에 대한 안 후보 측의 단호한 입장을 확인하고도 지속적으로 압박해 안 후보가 미적지근한 태도를 보이도록 유도한 뒤 단일화의 필요성을 느끼는 야권 지지층의 표심을 문 후보 측으로 돌려놓겠다는 계산이란 것이다.
이현정기자 hjlee@seoul.co.kr
이영준기자 apple@seoul.co.kr
2012-10-16 4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