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 2012 D-30] ‘인적쇄신 카드’로 승기 잡은 文… 정치력 시험대 오른 安

[선택 2012 D-30] ‘인적쇄신 카드’로 승기 잡은 文… 정치력 시험대 오른 安

입력 2012-11-19 00:00
업데이트 2012-11-19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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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安 회동 후 정국 전망

야권 단일화 시한인 후보 등록일(11월 25~26일)까지는 채 일주일도 남지 않았다. 19일부터 양측 협상팀이 단일화 규칙의 세부 사항 협의에 들어가 적어도 20일에는 단일화 방안이 도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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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후보가 18일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단일화 방안에 대한 결정권을 안 후보에게 맡기겠다고 선언하면서 공은 안 후보에게 넘어갔다. 문 후보 측은 실무 협상에서도 안 후보 측이 하자는 대로 따른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안 후보는 단일화 규칙을 책임져야 하는 부담감 때문에 오히려 운신의 폭이 좁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단일화 과정에서 불공정 논란이 불거져 지지층이 갈라선다면 그 책임은 고스란히 안 후보에게로 향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선택권만 넘겨받았을 뿐 자신에게 유리한 단일화 규칙을 결정하기도 힘든 묘한 상황이 됐다. 여론조사 조작 의혹 제기로 민주당을 코너로 몰았지만 문 후보가 ‘이해찬 당 대표와 박지원 원내대표 퇴진’이란 파괴력 큰 승부수를 던지는 바람에 오히려 문 후보의 ‘프레임’에 갇힌 형국이다.

문 후보가 ‘통 큰 결단력’의 시험대에서 내려오자마자 이제는 안 후보가 위기 관리 능력과 정치력의 시험대에 오르게 된 것이다. 정치권에선 안 후보가 ‘새 정치’ 대(對) ‘구태 정치’ 프레임으로 몰고 간 게 실수였다는 평이 나온다.

단일화 협상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점을 지적했다면 문 후보 측에서 몸을 낮췄겠지만 민주당을 구태 정치세력으로 규정하고 정치 쇄신을 양자 회동의 전제 조건으로 내걸어 오히려 민주당이 인적 쇄신 카드로 상황을 반전시킬 환경을 조성했다는 것이다.

문 후보 측 우상호 공보단장은 “안 후보 측에서 단일화를 중단했을 때 우리도 처음에는 당황했다. 협상 내용을 갖고 중단시켰으면 계속 힘들었을 테지만 협상 내용이 아닌 정치 혁신을 들고 나와 중단시킨 것은 하수이자 악수였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잘못한 것을 보완하는 조치를 취했다면 별다른 효과가 없었겠지만 안 후보가 공세를 취한 상태에서 우리가 또 한번 세게 나간 것이기 때문에 다른 상황이 전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후보 측이 지난 16일 “민주당을 구정치세력으로 규정한 것은 모욕적”이라고 강하게 발언한 것은 ‘이해찬-박지원 퇴진’ 카드를 쓰기 전, 안 후보 측의 전략에 혼선을 주기 위한 일종의 ‘페인트 모션’이란 해석도 나온다. 결론적으로 안 후보의 ‘아마추어적’ 접근에 민주당이 인적 쇄신 결정타를 던져 승기를 잡았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안 캠프 내에서는 이날 문 후보의 단일화 방식 일임 등의 배수진 선언 전에 문 후보 측을 끌어안는 모습의 대승적 포용 제스처를 취할 필요가 있었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왔다. 단일화 협상 재개에 전략적 대비를 하지 못해 우왕좌왕하는 기류도 보인다. 한 관계자는 “문 후보가 시간이 없다면서 단일 후보 결정 시한을 24일로 잡아버렸다. 뭘 양보했다는 건지 모르겠다. 양보했는데 실무 협상은 왜 하느냐.”고 푸념했다.

안 후보 측은 금태섭 상황실장만 남기고 단일화 협상팀을 교체했는데도 문 후보 측이 기존 구성원을 그대로 둔 데 대한 불만도 적지 않다. 안 후보 측 핵심 관계자는 전화통화에서 “정말 (협상팀이) 안 바뀐 게 맞느냐.”고 되묻는 등 당황해하는 모습을 보였다. 윤호중 전략기획실장이 협상팀원으로 남은 것은 퇴진한 이 대표가 막후에서 협상을 조정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도 거두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현정기자 hjlee@seoul.co.kr

황비웅기자 stylist@seoul.co.kr

2012-11-19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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