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들 “본보기 처벌을 ‘시범게임’이라 하는데…”

탈북자들 “본보기 처벌을 ‘시범게임’이라 하는데…”

입력 2010-04-22 00:00
업데이트 2010-04-22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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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장엽(87) 전 북한 노동당 비서를 살해하라는 지시를 받고 밀파된 2인조 간첩이 검거되자 국내 탈북자단체 사람들은 대부분 태연한 듯 반응했으나 일부는 끝내 불안한 속내를 감추지 못했다.

 특히 일부 탈북자들은 지금 와서 되돌아 보니 북한의 ‘지켜보고 있다’는 경고로 해석할 수도 있었던 ‘미심쩍은 일’들이 종종 벌어졌다면서 불안하고 초조한 기색을 내보였다.

 한 탈북자단체 관계자는 22일 “최근 이상한 사람이 전화를 걸어와 북한에 있는 친구 이름을 대고 ‘그 사람 부탁으로 전화했다’면서 내 신상만 확인하곤 전화를 끊은 일이 있었다”면서 “내 본명을 아는 사람이 거의 없어 당국에 신고했는데 중국 옌볜 쪽 공중전화를 이용한 사실만 확인됐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전화번호를 세번이나 바꿨는데 어떻게 내 번호를 알았는지 정말 이상했다”면서 “얼마 전 북한이 우리 단체를 거명해 경고한 적도 있어 보안에 각별히 신경쓰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북 전단의 ‘원조’로 알려진 ‘대북풍선단’의 이민복 대표도 “작년에 웬 탈북자란 사람이 전화를 걸어 서울 시내에서 한 번 만나자고 했는데 거절한 적이 있다”며 “북한에서는 본보기로 처벌하는 걸 ‘시범게임’이라고 하는데 여기에 걸리지 않도록 긴장을 늦추지 않는다”고 심정을 토로했다.

 이 대표는 황 전 비서 ‘암살기도’ 사건에 대해 “우리 같은 사람들에게도 위협이야 되겠지만 그것 때문에 할 일을 못 하면 안 되지 않겠느냐”며 개의치 않고 계속 북한에 전단을 보내겠다고 말했다.

 역시 대북 전단을 보내는 자유북한운동연합의 박상학 대표도 “우리는 북한에서 올 때부터 생명을 담보로 걸었으니 이번 간첩 사건에도 담담할 수 있다”면서 “이번 사건으로,우리가 북한 독재에 잠재적 위험이 된다는 것이 드러난 만큼 두렵다고 움츠러들지 않고 더 과감히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박 대표는 이어 “정체를 알 수 없는 자들로부터 ‘목이 둘이냐,죽여버린다’,‘반역자’ 등의 협박 전화를 자주 받는다”면서 “처음에는 좀 걸리기도 했지만 이제는 그냥 끊어버린다”고 자신의 경험을 소개했다.

 대북 인권단체 ‘성통만사’의 김영일 대표는 “탈북자로 위장한 간첩 사건이 터졌다고 남한에서 탈북자들을 의심하는 분위기가 확산되면 결국 북한을 도와주는 꼴이 된다”면서 탈북자 전체를 경원시하는 일각의 기류를 경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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