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 주석 만나 무슨 얘기 할까

후 주석 만나 무슨 얘기 할까

입력 2010-05-03 00:00
업데이트 2010-05-03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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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사건 협조 요청…6자회담 재개 논의 유력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2006년 1월에 이어 4년여 만에 중국을 전격 방문함에 따라 그의 행보에 관심이 집중된다.

 특히 김 위원장의 방중은 지난달 29일부터 1일까지 헌법상 국가수반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의 상하이 엑스포 개막식 참석 직후 곧바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북한의 명목상 국가원수에 이어 실질적인 통치자가 잇달아 중국을 찾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최근 한반도에서 최대 현안이 되고 있는 천안함 사건이 김 위원장의 방중에 직접적 요인이 됐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상하이 영빈관 ‘서교빈관’에서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갖고 “한국 정부가 천안함 사건을 아주 신중하게 과학적이고 객관적으로 조사하고 있다”며 천안함 자체의 내부 폭발이 아닌 비접촉 외부폭발로 추정된다는 내용의 민군합동조사단의 1차 조사결과를 설명하고 중국 정부의 협력을 요청했다.

 이에 후 주석은 이 대통령에게 천안함 사건 희생자에 대한 위로의 뜻을 전달했다.

 정부는 천안함 침몰사건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등으로 가져간 뒤 국제적 이슈로 부각시켜 북한을 압박한다는 계획을 세워놓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김 위원장은 후 주석을 직접 만나 천안함 사건에 대한 북한의 공식입장을 설명하고 유엔 등 국제사회에서 중국의 협조를 구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이희옥 성균관대학교 교수는 “김정일 위원장이 방중한다는 것은 천안함 사건에 대해 북중간의 내부 정리가 끝났다는 것을 의미할 수도 있다”며 “이 사안은 남북 양자문제인 만큼 6자회담 등 다자간의 문제에 영향을 줘서는 안된다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위(姜瑜)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달 22일 정례브리핑에서 “우리는 한국이 사고 원인에 대해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조사를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하면서도 “유관 당사국이 함께 노력하고 대화와 접촉을 강화해 6자회담의 조속한 재개에 유리한 조건을 조성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6자 회담 재개에 앞서 천안함 사건에 대한 원인 규명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한국,미국 정부와는 차이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따라서 김 위원장의 방중 과정에서 북중간에 오히려 6자회담 재개 문제가 심도있게 논의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중국은 동북아의 안정과 외교적 위상 강화를 위해 6자회담을 적극 활용해 왔고 6자회담의 의장국까지 맡고 있는 만큼 회담 재개가 필요한 상황이다.

 그동안 왕자루이(王家瑞)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의 방북과 김계관 외무성 부상의 방중으로 북중간의 회담 재개 논의가 긴밀히 논의돼온 만큼 김 위원장이 방중을 통해 회담 복귀를 공식 천명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미국과 중국은 이번 달 고위전략대화가 예정돼 있다는 점에서 김 위원장의 방중과정에서 6자회담에 대한 입장이 정리돼 미국에 전달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최근 북한은 실형을 선고해 억류중인 미국인 아이잘론 말리 곰즈씨가 미국의 가족과 통화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북한에서 ‘이익보호국’ 역할을 하고 있는 스웨덴 대사관과 접촉을 갖도록 하는 등 미국에 유화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김 위원장은 방중 과정에서 6자회담 복귀 시점에 대해 보다 명확한 입장을 밝히고 비핵화 의지를 재천명할 가능성이 크다”며 “앞으로 6자회담은 김 위원장의 방중에 이어 북미 양자대화,6자 예비회담,6자 본회담의 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상해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북중관계의 강화 문제도 이번 김 위원장의 방중 기간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작년 11월말 화폐개혁을 단행한 가운데 시장 통제 등의 조치를 취하면서 물가가 폭등했고 이로 인한 민심이반이 극에 달한 상황이다.

 특히 셋째 아들인 김정은으로의 후계구도 구축을 추진하고 있는 김 위원장의 입장에서는 국가의 공급능력을 정상화함으로써 민심 추스르기에 나서야 한다는 점에서 중국의 도움이 절실하다.

 따라서 방중 기간 김 위원장은 북중간의 혈맹관계를 내세워 중국의 경제적 지원을 강력하게 요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이 북한이 최근 조선대풍국제투자그룹과 국가개발은행을 설립해 외자유치에 나서고 있는 만큼 김 위원장은 중국의 적극적인 참여를 요청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속에서 이들 기관이 투자를 유치할 수 있는 창구가 중국 외에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이희옥 교수는 “북중간 협력문제는 기존에 해오던 노선을 재확인하는 선에서 논의될 것”이라며 “이미 중국은 국가이익을 위해 북한 진출에 적극성을 보이고 있고 북한은 중국과 적극 협력을 하고 있는 국면”이라고 설명했다.

 또 김정일 위원장이 후계구도를 구축하고 있다는 점에서 북한은 후계자 김정은을 비롯한 북한의 차기 지도부에 대한 중국의 지지를 당부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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