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국적 포기” 쇄도… 평양, 공관에 “신청 받지 말라”


조교들 사이에서 중국 국적 취득 붐이 인 것은 장쑤성에서 발행되는 양자만보에 게재된 기사가 계기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신문은 중국에서 53년간 거주해 온 북한 국적의 김정자(60)씨가 마침내 중국 국적을 취득했다고 지난해 11월 17일 보도했다. 기사와 함께 게재된 사진 속의 김씨는 장쑤성 전장(鎭江)시 공안국이 발급한 ‘중화인민공화국 입적(入籍) 증서’를 받아들고 환하게 웃고 있었다.
별다른 눈길을 끌지 못하던 이 뉴스는 그러나 중국 내 70여개의 각종 인터넷 포털에 전재되고, 조교 다수가 모여 살고 있는 지린성 지린(吉林), 옌지(延吉) 등의 지역신문들이 인용, 보도하면서 파장이 확산됐다.
기사를 접한 조교들은 앞다퉈 북한 공관을 찾아 국적 포기를 신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화상으로 국적 포기 절차 등을 묻는 조교들도 많아 북한 공관이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적 포기 확인서 없이 안면이 있는 공안을 통해 중국 국적을 취득할 수 있다는 ‘노하우’도 확산되고 있다.
조교들이 중국 국적을 취득하려는 것은 사실상 중국인처럼 생활하지만 정작 중국인들이 누리는 각종 권리와 혜택에서는 소외돼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인터넷상에는 중국인 남편이 사망한 뒤 경작하던 땅을 회수당하게 됐다는 등 조교들의 사연이 많이 올라와 있다. 조교들은 의료혜택 등 각종 사회보장에서도 소외돼 있다.
베이징의 한 소식통은 “북한 측에서 이번 기사에 대해 매우 불쾌하다는 입장을 중국 측에 전했다는 얘기도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1990년대 탈북자들이 급증할 때 조교들을 탈북자 색출에 적극 이용했고, 최근에도 북·중 우호 관련 행사 때마다 조교들의 참석을 독려하는 등 정치적 목적으로 활용해 왔다. 조교는 현재 동북3성을 중심으로 4000명 가까이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 박홍환특파원 stinger@seoul.co.kr
2011-01-05 1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