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터 차 미국 조지타운대 교수는 20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열린 ‘한국 대통령선거 평가 토론회’에서 “북한은 과거 한국에서 선거가 있을 때마다 16~18주일 내에 도발하는 경향을 보였다”면서 “따라서 앞으로 몇 개월 내에 추가적인 도발을 감행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담당 국장을 지냈던 차 교수는 그러면서 “박 당선인은 북한의 도발에 대응해 어떤 대북정책을 채택할지를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콧 스나이더 미국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도 이에 대해 “동의한다”면서 “북한은 늘 한국의 새로운 정권을 시험해 왔다”며 단시일 내에 추가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한반도 전문가들은 박 당선인이 선거기간 북한과의 대화를 강조해 왔지만 무조건적인 대화에 나서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조지프 디트라니 전 국무부 한반도 담당 특사는 북한의 새 지도자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에 대해 “등장 초기에 농업개혁 등을 주장하면서 변화에 대한 기대가 있었지만 4월과 12월 잇단 로켓 발사로 기대감이 깨졌다”면서 “이는 박근혜 행정부에 큰 도전”이라고 진단했다.
디트라니 전 특사는 또 “박 당선인은 북한의 신뢰구축 노력, 비핵화 진전 등을 감안하면서 원칙을 지킬 것”이라면서 “북한을 향해 손을 내밀고 대화를 추진하겠지만 9.19 공동성명에 대한 북한의 태도 등을 감안한 ‘상호주의’를 추구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차 교수도 “박 당선인은 최근 발언 등으로 미뤄 북한과 대화를 추진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무조건 대화(unconditional engagement)’는 아니다”면서 재래식 무기, 핵 프로그램, 인권문제 등을 연계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밖에 내년 초 물러나는 이명박 대통령의 ‘유산(legacy)’에 대해서는 ▲대북정책 상호주의 ▲글로벌 코리아 위상 정립 ▲어려운 글로벌 환경 속에서 효율적 경제 운영 등을 꼽았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미경제연구소(KEI) 등의 공동 주최로 열린 이날 토론회에는 내ㆍ외신 기자들은 물론 국무부 당국자, 의회 보좌관, 싱크탱크 연구원, 주미한국대사관 관계자 등 100여명이 참석해 한국의 차기 정부에 대한 높은 관심을 반영했다.
특히 참석한 청중들은 한ㆍ중ㆍ일 관계 전망, 박근혜 정부의 외교안보팀 물망과 경제정책 방향, 박 당선인의 부친 박정희 전 대통령 등 다양한 질문을 쏟아내 눈길을 끌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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