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목표 엄청나게 미달, 진상 빠개놓고 투시” 북한 김정은 경제실패 인정(종합)

“경제 목표 엄청나게 미달, 진상 빠개놓고 투시” 북한 김정은 경제실패 인정(종합)

강주리 기자
강주리 기자
입력 2021-01-06 11:12
업데이트 2021-01-06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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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 북한 8차 조선노동당 대회서 밝혀

김정은 “대담하게 인정, 단호한 대책 세워야”
자력갱생 대신 실질적 대안 마련 초점
북한 8차 당대회서 ‘자구책’ 해법 주목

대북제재·코로나19·수해 겹쳐 경제난 가중
아무도 마스크 안 써…코로나 백신은 요청 중
노동당 제8차 대회서 발언하는 김정은
노동당 제8차 대회서 발언하는 김정은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5일 평양에서 노동당 제8차 대회가 개막했다고 6일 보도했다. 평양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5일 개막한 조선노동당 제8차 대회에서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 수행기간이 지난해까지 끝났지만 내세웠던 목표는 거의 모든 부문에서 엄청나게 미달하였다”며 경제 실패를 인정했다. 김 위원장은 해결책 마련이 최우선 과제임을 밝혀 어떤 자구책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金 “사회주의 건설 방해, 내부에도 존재”
“결함 원인 주관서 찾고 범한 오류 분석”

김 위원장은 앞서 7차 당대회의 경우 수소탄 성공을 앞세우며 자화자찬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개회사와 ‘중앙위원회 사업총화’ 보고를 통해 경제의 문제점을 비교적 상세히 언급하며 교훈을 찾아야 한다는데 초점을 맞췄다.

그는 “사회주의 건설에서 부단한 새로운 승리를 쟁취하기 위해 투쟁하는 우리의 노력과 전진을 방해하고 저애(저해)하는 갖가지 도전은 외부에도, 내부에도 의연히 존재하고 있다”면서 “결함의 원인을 객관이 아니라 주관에서 찾고 경험과 교훈, 범한 오류를 전면적으로 깊이 있게 분석·총화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개회사에서 대남·대미정책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은 채 경제와 코로나19(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수해 복구 등 내부 사안에만 집중했다.

예를 들어 “결함의 원인을 객관이 아니라 주관에서 찾고”라든가, “축적된 쓰라린 교훈” 등을 언급하며 “아픈 교훈들을 되풀이되지 않도록 예방해야 한다”며 과거처럼 대외적 환경을 탓하는 ‘남 탓’ 대신 내부 원인에 화살을 돌린 것이다.
노동당 제8차 대회서 발언하는 김정은
노동당 제8차 대회서 발언하는 김정은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5일 평양에서 노동당 제8차 대회가 개막했다고 6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김정은 “그대로 방치하면 더 큰 장애”
“이번 당 대회 배짱과 신념으로 열려”

북한은 김일성 집권 시기인 1993년 당 전원회의 보도를 통해 1990년대 국제적 사변과 복잡한 사태들로 “제3차 7개년 계획을 원래 예견한 대로 수행할 수 없게 했다”며 처음 경제실패를 자인했지만, 외부에서 원인을 찾았다.

북한은 지난해 여러 당 전원회의와 정치국 회의들에서도 경제미달을 솔직히 인정했지만, 이번에는 그 수위가 세졌다.

김 위원장은 “특히 그대로 방치해두면 더 큰 장애로, 걸림돌로 되는 결함들을 대담하게 인정하고 다시는 그러한 폐단이 반복되지 않게 단호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면서 “이번 당대회는 이런 배짱과 신념을 바탕으로 하여 열렸다”고 솔직히 털어놨다.

이번 당대회가 그동안의 공허한 자력갱생 외침이 되지 않고 실질적인 대안을 마련해 도약의 계기로 삼기 위해 모색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북한이 이번 당대회 참가자 중 행정·경제부문 종사자와 생산 현장 근로자 출신 당원 수를 7차 당대회보다 거의 2배 늘린 데서도 이런 고민이 드러난다.
노동당 제8차 대회서 발언하는 김정은
노동당 제8차 대회서 발언하는 김정은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5일 평양에서 노동당 제8차 대회가 개막했다고 6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北 전반적 경제실태 조사 단행
김정은 “진상 빠개놓고 투시”

‘요해검열 소조’에 현장 실태 점검 지시

이런 맥락에서 북한은 대회를 앞두고 전반적인 경제실태에 대한 본격적인 조사를 단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 위원장은 당 중앙위가 비상설중앙검열위원회를 조직해 “실태를 요해하고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 농민, 지식당원들의 의견을 진지하게 듣도록 했다”고 밝혔다.

‘요해검열 소조’(TF)가 각 도에 나가 상황을 파악한 후 다시 성 및 중앙기관들에 방향·부문별로 나가 현장에서 구체적인 실태를 정확하게 점검토록 한 것이다.

김 위원장은 “요해검열소조들에서 잘못한 것이 무엇인가, 그 원인은 무엇인가 하는 것을 비롯해 그 진상을 빠개놓고 투시했다”고 말했다.

또 “지난 5년간의 당 재정사업을 분석 총화하고 개선대책을 연구하는 사업도 진행했다”고 밝혀 경제부문에 대한 총체적 점검에서 당 재정도 예외가 아니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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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제8차 당 대회 집행부에 김정은 비롯 주요 간부 선출
북한, 제8차 당 대회 집행부에 김정은 비롯 주요 간부 선출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5일 평양에서 제8차 당 대회가 개막했다고 6일 밝혔다. 신문은 “대회는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를 당 제8차 대회 집행부에 높이 모시었다”라며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위원장, 리병철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김덕훈 내각총리 등을 비롯한 주요 간부들이 대회 집행부에 올랐다고 전했다. 뉴스1
“김정은, 내부 심각성 인식한 듯”
北, 대북제재·코로나19·수해 삼중고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김 위원장이 스스로 북한 사회 내부의 문제점들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자신이 직접 바닥 민심을 파악하고, 보다 현실적이고 실효적인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고 분석했다.

경제 실패에 대한 반성과 교훈 찾기는 전날부터 이틀째 이어지는 김정은 위원장의 ‘중앙위원회 사업총화 보고’에서 더 구체적으로 나올 것으로 관측된다.

조선중앙통신은 사업총화보고와 관련, “김정은 동지께서 국가경제발전 5개년전략수행에서 발로된 결함과 그 주객관적 요인에 대하여 분석했다”고 말해 개회사보다 더 강도 높은 발언이 나올지 관심을 끈다.

김 위원장이 이처럼 최대 정치행사인 당 대회에서 경제문제를 직설적으로 지적한 것은 그만큼 경제난의 심각성을 잘 보여준다.

북한은 사상 첫 북미정상회담에도 불구하고 국제사회의 지속적인 제재 속에서 지난해 세계적인 코로나19 사태와 최악의 수해까지 겹치면서 삼중고를 겪고 있다.

열악한 보건환경 속에서 코로나19 유입을 막기 위해 확산 초기부터 국경을 걸어 잠그면서 경제 명줄을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중국과 교역마저 차단했다. 지난해 11월 한 달 북한의 대중국 실질 수출액은 전력을 제외하면 겨우 200만원에 그쳤다.

하지만 당 대회를 통한 북한의 자구책에도 국제사회의 제재와 압박 속에서 경제난을 돌파하려면 핵문제를 풀어야 하고 대미외교가 관건인만큼 현 경제난을 타개하기에는 한계가 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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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 소독작업하는 평양건구기술교류사 종업원들
실내 소독작업하는 평양건구기술교류사 종업원들 겨울철에 들어 세계적으로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재확산되면서 북한은 방역을 최고단계인 ‘초특급’으로 격상하고 2중3중의 방역망을 구축하고 있다고 노동신문이 4일 보도했다. 특히 실내에서 하루에도 수차례 소독작업을 진행하고 주민 이동을 통제하고 있다. 2020.12.4 노동신문 홈페이지 캡처.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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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제8차 당 대회 개막…‘코로나19’ 상황 뚫고 대규모 정치 행사
북한, 제8차 당 대회 개막…‘코로나19’ 상황 뚫고 대규모 정치 행사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5일 평양에서 제8차 당 대회가 개막했다고 6일 보도했다. 신문은 “대회에는 제7기 당 중앙지도기관 성원들과 전당의 각급 조직들에서 선출된 대표자들이 참가하였다”면서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께서 당 제8차 대회 개회사를 하시었다”라고 전했다. 전날 당 대회에 참석한 대표자는 총 4750명이다.
평양 노동신문 뉴스1
당대회 참석자 전원 마스크 착용 안 해
한 칸씩 띄어 앉는 거리두기도 없어

北, 국제기구 통해 코로나19 백신 요청
“유럽국가 대사관에도 백신 확보 문의”


당대회에는 당 중앙지도기관 성원 250명과 각 조직에서 선출된 대표자 4750명, 방청자 2000명이 참석했다.

참석자 전원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으며, 한 칸씩 띄어 앉는 거리두기도 하지 않았다.

북한은 현재까지 공식적으론 코로나19 확진자가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북한은 비정부기구인 세계백신면역연합(Gavi·가비)에 코로나19 백신을 받기 위한 신청서를 제출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지난 4일 보도했다. 가비는 코로나19 백신을 전 세계에 공급하기 위한 ‘코백스(COVAX)’ 협의체를 주도하고 있다.

WSJ은 이날 복수의 관계자를 인용해 북한이 최근 몇 주 사이 몇몇 유럽국가 대사관에 백신 확보 방안을 문의했다고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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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2일 ‘최대로 각성분발하여 비상방역전을 보다 강도높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싣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에 나선 보통강식료공장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은 마스크를 착용한 주민들의 체온을 재고, 계단을 소독하고 있는 모습.  평양 노동신문 뉴스1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2일 ‘최대로 각성분발하여 비상방역전을 보다 강도높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싣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에 나선 보통강식료공장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은 마스크를 착용한 주민들의 체온을 재고, 계단을 소독하고 있는 모습.
평양 노동신문 뉴스1
“확진자 0명? 北 보건 열악 회의적”

보건 전문가들과 외국 정부들은 북한에 확진자가 없다는 주장에 대해 회의적이라고 WSJ은 전했다.

북한의 빈곤 수준과 열악한 보건의료 인프라를 고려하면 북한 주민들이 특히 코로나19에 더 취약할 수 있다고 신문은 진단했다.

핵·미사일 개발에 따른 국제사회의 제재로 특정 의료장비 마련이 어렵다는 현실도 장애 요소로 꼽힌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은 지난해 2월 구호단체들의 대북 코로나19 대응 지원을 신속 허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고 복수의 단체가 마스크, 진단검사 키트 등의 의료용품을 북한에 공급하겠다고 신청한 바 있다. 북한은 외부의 원조를 받은 사실이 있는지를 공식 확인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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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은, 제8차 노동당 대회 개회사 진행
북한 김정은, 제8차 노동당 대회 개회사 진행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5일 평양에서 제8차 노동당 대회를 열고 개회사를 진행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6일 밝혔다. 신문은 “5일 9시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께서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위원들과 함께 대회 주석단에 등단하시었다”라며 “김정은 동지께서 당 제8차 대회 개회사를 하시었다”라고 전했다. 평양 노동신문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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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이달 초순’ 예고한 제8차 당 대회 지난 5일 개막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5일 평양에서 제8차 당 대회가 개막했다고 6일 보도했다. 신문은 “대회에는 제7기 당 중앙지도기관 성원들과 전당의 각급 조직들에서 선출된 대표자들이 참가하였다”면서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께서 당 제8차 대회 개회사를 하시었다”라고 전했다. 전날 당 대회에 참석한 대표자는 총 4750명이다. 뉴스1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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