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G20회의-정상외교] 美·中·러 정상 겉으론 웃지만… 늦게 입장하려 기싸움 팽팽

[서울 G20회의-정상외교] 美·中·러 정상 겉으론 웃지만… 늦게 입장하려 기싸움 팽팽

입력 2010-11-12 00:00
수정 2010-11-12 01:08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각국 정상들 의전 서열 놓고 환영리셉션부터 신경전

11일 세계경제의 미래를 결정할 G20 서울 정상회의는 화기애애한 분위속에서도 신경전이 팽팽했다.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의 환영 리셉션에 참석한 정상들의 의전 서열을 두고 미국과 중국, 러시아 등 3국 정상들 간에 보이지 않는 ‘기싸움’이 벌어져 초반부터 긴장감이 연출됐다. 이런 가운데 호스트인 이명박 대통령은 조크를 통해 전반적인 회의 분위기를 유도했다. 정상 만찬에 앞서 각국 정상 간에는 진지한 대화가 오가는 모습도 목격됐다.

이미지 확대
공식일정 돌입 11일 저녁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업무만찬’에서 각국 정상들이 주요 의제를 논의하고 있다. 업무만찬 세션은 이명박 대통령이 G20 의장국 대통령으로서 처음 주재한 회의로, G20 정상들은 이를 시작으로 공식 일정에 돌입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공식일정 돌입
11일 저녁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업무만찬’에서 각국 정상들이 주요 의제를 논의하고 있다. 업무만찬 세션은 이명박 대통령이 G20 의장국 대통령으로서 처음 주재한 회의로, G20 정상들은 이를 시작으로 공식 일정에 돌입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각국 정상과 국제기구 수장들은 비바람이 몰아치는 가운데 도열한 국군 전통의장대의 사이를 지나 속속 입장했다. 원래 행사장 도착은 의전서열 역순인 ‘국제기구 대표→정상대리 참석국→초청국→정부수반 총리→대통령’ 순이었다. 대통령 중에서는 가장 오래 재임한 정상이 맨 마지막에 입장해야 한다. 그런데 맨 마지막으로 들어오기로 돼 있는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이 오바마 미국 대통령,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 등 3국 정상이 양자회담 등으로 예정시간보다 10여분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이들보다 먼저 입장하면서 혼선이 생겼다. G20 정상회의 환영 리셉션 입장 행사가 총 20분가량 지연되는 ‘의전 사고’가 일어난 것이다.

이 때문에 이 대통령은 부인 김윤옥 여사와 얘기를 나누면서 어색한 시간을 보냈고, 현관에 도열한 의장 요원들도 힘겨운 자세로 서 있는 모습이었다. 국제 정상 행사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장면이었다. 외교가에서는 3국 정상들이 서로 맨 마지막에 들어오려고 신경전을 벌인 결과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행사 관계자는 “원래 입장 순서가 정해져 있었지만, 몇몇 정상들이 가능한 한 나중에 입장하려는 보이지 않는 ‘기싸움’까지 더해져 실제 입장 순서가 지켜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 외교 전문가는 “국제 행사를 하다 보면 미·중·러 등 강대국 정상들이 행사장에 서로 나중에 입장하려고 숙소에서 일부러 늦게 내려오는 등 신경전을 벌이는 경우가 있다.”면서 “최근 미·중이 사사건건 각종 현안에서 힘겨루기를 벌이는 등 관계가 순탄치 않은 것이 이런 상황을 초래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정상들은 공식 환영장인 으뜸홀을 지나 리셉션장으로 입장했다. 리셉션 홀 양쪽으로는 반가사유상과 백제금동대항로, 청자 등 국보급 유물 12점이 전시됐고, 퓨전 궁중음악이 흘러나왔다.

이 대통령은 정상들이 들어올 때마다 두 팔을 들고 ‘환영합니다(Welcome)’라는 말을 연발하거나 ‘안녕하세요(Good evening)’라는 인사말을 건넸다. 국제 무대에서 몇 차례 얼굴을 익힌 정상에게는 ‘또 만나서 반갑습니다(Nice to see you again)’라면서 친근감을 표시했다. 기념촬영 이후 정상들이 인도된 리셉션 홀에는 한 입에 먹을 수 있는 여러 종류의 음식이 제공됐다. 소고기, 버섯, 아스파라거스가 들어간 산적과 빵에 바닷가재를 올린 카나페, 잣과 은행을 올린 곶감, 데리야키 소스를 뿌린 장어 등이 마련됐다.

정상들은 리셉션 홀에 들어서서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 서로 인사를 나눴다. 가까운 거리에 마주 서서 웃거나 부둥켜안는 등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날 만찬 테이블은 직사각형으로 정상들이 둘러앉도록 했다. 이 대통령을 중심으로 오른쪽에는 오바마 대통령이, 왼쪽에는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자리를 잡았다. 오바마 대통령의 맞은편에는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이 대통령 건너편에는 룰라 브라질 대통령이 마주했다.

이 대통령은 “어텐션 플리즈(Attention, please)”라고 주의를 환기한 뒤 건배를 제안, 서울 G20 정상회의의 공식 개막을 알렸다. 이 대통령은 “서울 정상회의에서 국제 공조를 위해 한 걸음 더 나간 구체적인 계획과 합의를 이끌자.”고 말했다. 또 “국제 공조를 통해서만 세계 경제가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을 모두에게 이해시키자.”고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만찬이 시작되기 전까지 30여분간 착석하지 않고 각국 정상들과 일일이 인사를 나눠 눈길을 끌었다.

김성수·임일영·오달란기자 argus@seoul.co.kr
2010-11-12 3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3 / 5
학생들 휴대폰의 도청앱 설치 여러분의 생각은?
지난 달 대전의 한 초등학교에서 교사가 김하늘(8)양을 살해한 사건이 발생한 데 이어 정신질환을 가진 교사가 3세 아들을 살해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건이 알려지면서 학부모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개학을 앞두고 불안한 학부모들은 아이의 휴대전화에 도청앱까지 설치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교사들은 이 도청앱의 오남용으로 인한 교권침해 등을 우려하고 있다. 학생들의 휴대폰에 도청앱을 설치하는 것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오남용이 우려된다.
안전을 위한 설치는 불가피하다.
3 / 5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