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필기 950번만에 합격한 할머니, 핸들을 잡다

운전필기 950번만에 합격한 할머니, 핸들을 잡다

입력 2010-01-15 00:00
수정 2010-01-15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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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생의 소원인 운전면허증을 꼭 손에 쥐겠습니다.”

 무려 950번 만에 운전면허 필기(학과)시험에 합격한 60대 할머니가 이번에는 기능시험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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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사순씨.  연합뉴스
차사순씨.
연합뉴스


 전북 완주군에 사는 차사순(69) 할머니는 지난해 말 운전면허 학원에 등록한 뒤 요즘 운전연습에 푹 빠져 산다.

 차 할머니는 지난해 11월4일 전북운전면허시험장에서 950번째 2종 보통 필기시험에 도전해 커트라인인 60점으로 합격의 기쁨을 맛봤다.

 그는 2005년 4월13일 첫 필기시험을 본 뒤 계속 낙방해 그동안 계속 필기시험에 응시해 왔다.

 학과시험 950회 응시 횟수는 전북운전면허시험장이 문을 연 뒤 최다이다.

 차 할머니는 필기시험 합격의 ‘영광’을 뒤로하고 지난해 말 전주시 호성동에 있는 운전전문학원에 등록해 기능시험 연습에 강행군이다.

 15일 학원에서 만난 차 할머니는 코스주행,돌발정지,오르막 정지·출발 등에 대한 교육을 모두 끝낸 뒤 운전연습에 몰두하고 있었다.

 한 달 동안 기능시험에서 네 번 떨어졌지만 조만간 다섯 번째 시험에 도전한다는 차 할머니.

 돌발 사이렌이 울리자 차분하게 비상등을 켜는 등 능숙한 모습이었지만 1차 연습에서는 합격점수 80점에 못 미치는 60점을 받았다.

 2차에서는 70점,마지막 3차 연습에서는 90점을 받아 기능시험 합격의 마지노선을 넘겼다.

 전주 중앙시장에서 야채를 파는 차 할머니는 생업을 위해서 운전면허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 환갑이 넘은 나이에 운전면허증을 따기로 결심했다.

 주말과 국경일을 제외하면 거의 매일 운전면허시험장을 찾아 시험을 치렀지만 매번 30∼50점에 그쳐 2종 보통면허 합격선인 60점을 넘지 못했다.

 차 할머니는 완주군에서 전주시 여의동에 있는 전북운전면허시험장에 가기 위해 버스를 두 번이나 갈아타는 등 하루의 절반을 소비하며 시험을 봤지만 번번이 낙방의 고배를 마셨다.

 합격을 하려고 그동안 들인 인지대(1회 6천원)만 500만원이 넘는 데다 시험장과 운전학원을 오가는 버스비와 식비 등을 합치면 들어간 돈이 2천만원 가까이 될 것이라고 차 할머니는 귀띔했다.

 그는 “자꾸 떨어지니 창피해 이웃에도 비밀로 했지만 그동안 들인 공이 아까워 포기할 수 없었다”며 “뒤늦은 필기합격 소식에 네 명의 아들 딸이 가장 기뻐했다”고 말했다.

 차 할머니는 “솔직히 필기보다 기능시험이 더 쉬운 것 같다”며 “남들이 운전하는 모습을 보면 부러웠는데 올해가 넘기기 전 꼭 면허증을 따겠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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