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여객선 표류 10시간만에 부산 도착

한·일 여객선 표류 10시간만에 부산 도착

입력 2010-03-02 00:00
수정 2010-03-02 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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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객 205명과 승무원 7명을 태우고 일본을 출발, 부산으로 향하던 국제여객선 코비호(160t)가 기관고장을 일으킨 지 10시간만에 목적지에 도착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하지만 승객들은 2일 오전 4시15분께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에 도착할 때까지 멀미를 하면서 비명을 지르는 등 극심한 공포에 떨었다.

●’공포의 표류’..함정.헬기 급파 구조

2일 부산해경에 따르면 한.일 국제여객선 코비호가 1일 오후 6시15분께 부산 태종대 동방 8.6 마일 해상에서 갑자기 기관고장을 일으켜 표류하기 시작했다.

이날 오후 3시15분 일본 후쿠오카 하카다항을 출발한 이 여객선은 사고해역에서 갑자기 자체 동력을 잃어 높은 파도에 떠밀리며 2시간 이상 표류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부산해경은 헬기 1대와 경비함정 10척을 급파했고 해군도 사고해역에 함정을 보냈다.

해경 3천t급 경비구난함이 이날 오후 8시35분께 사고 선박에 접근, 예인작업을 벌였고 다른 함정들은 호송을 했다.

●”아수라장..악몽의 10시간”

205명의 승객은 2일 오전 4시15분께 부산항 국제여객선에 도착하기까지 ‘악몽의 10시간’을 보냈다.

승객들은 극심한 정신적 육체적 피로를 호소했고 선사측의 무리한 운항을 질타했다.

승객 이진경(48.여) 씨는 “배 엔진이 멈추고 선장이 엔진실을 왔다갔다하더니 승무원들이 갑자기 구명조끼를 입으라고 했다”며 “4자매가 연휴를 맞아 모처럼 일본으로 여행을 갔는데 ‘바다 한가운데서 이대로 죽는구나’는 생각이 들더라”고 사고 당시를 떠올렸다.

이 씨는 “선체가 심하게 흔들려 거의 모든 사람이 멀미를 해 선실 바닥엔 토사물이 나뒹굴었고 곳곳에 쓰러진 사람들이 수두룩했다”며 “화장실도 못가게 해 아수라장이었다”라고 말했다.

승객 강효진(28.여) 씨는 “배가 심하게 요동을 치면서 사람들이 멀미를 하면서 비명을 지르는 등 객실 내부는 아비규환이나 다름없었다”면서 “출발전 바다상황이 좋지 않아 운항이 힘들 수도 있다는 문자메시지를 받았는데 선사 측이 운항을 강행한 것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자녀 2명과 함께 후쿠오카를 다녀온 주부 정수영(42) 씨는 “파도가 객실 창문까지 들이닥치고 배가 심하게 요동쳐 승객들이 공포에 휩싸여 비명을 질렀다”며 “엔진 타는 냄새가 객실에 퍼졌다”라고 말했다.

●해경, 무리한 운항 등 수사 착수

일부 승객은 사고 당시 남해동부해상에 초속 12∼16m의 강한 바람이 불고 파도도 2∼4m로 높게 일어 풍랑주의보가 내려져 있었다며 사고여객선의 무리한 운항이 이번 사고의 원인이라며 강하게 항의했다.

부산해경은 사고 여객선의 선장 등을 불러 정확한 사고 경위 등을 조사할 예정이다.

코비호는 2008년에도 무리하게 운항하다 일본 쓰시마 인근 해상에서 25시간 동안 표류한 적이 있고 고래로 추정되는 물체와 충돌해 승객 7명이 다치는 사고를 일으키기도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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