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은 어떻게 감을 잡았을까

경찰은 어떻게 감을 잡았을까

입력 2010-03-11 00:00
수정 2010-03-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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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자꾸 없어진다’ 말 듣곤 대대적 수색…긴박했던 검거 순간

 부산 여중생 납치 살해 피의자 김길태(33) 씨가 사건발생 15일 만인 10일 오후 2시45분께 부산 사상구 삼락동 현대골드빌라 주차장 앞에서 경찰에게 붙잡힌 순간은 숨이 막힐 정도로 긴박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의 수사본부장인 김영식 부산지방경찰청 차장과 검거작전에 참여한 부산경찰청 제1기동대 장예태 순경,목격자들의 말을 종합해 검거당시 상황을 재구성해봤다.

 경찰은 사건 현장과 가까운 덕포시장 일대에서 자꾸 음식물이 없어진다는 첩보를 입수하고,덕포시장 주변에 대한 대대적인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었다.

 특히 경찰은 김 씨가 도주로를 확보하기 쉬운 복층건물의 상층부와 옥상을 집중적으로 수색하던 중이었다.

 부산경찰청 소속 장예태 순경이 덕포시장 근처에 있는 3층짜리 건물인 현대골든빌라 옥상 문을 여는 순간 범인과 비슷한 인상착의를 한 남자가 50㎝가량 떨어진 옆 빌라 옥상으로 몸을 날렸다.인기척을 느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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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를 본 장 순경이 동료인 하상욱 순경을 호출하자 이 남자는 곧장 빌라 사이의 좁은 공간을 등과 손발로 지탱하며 1층으로 내려갔다.

 그가 피의자 김 씨임을 직감한 하 순경이 “길태다”라고 소리치며 장 순경과 함께 계단으로 뒤쫓았다.

 이 모든 게 불과 30초안에 이뤄졌을 정도로 숨 가쁘게 진행됐다.

 땅바닥에 먼저 내려온 김 씨는 뛰지 않고,유유히 걸어서 주차장 쪽으로 나왔다.

 한 경찰관은 김 씨가 내려오는 동안 이날 새벽 내린 눈 때문에 미끄러져 다리를 약간 다친 것 같다고 귀띔했다.

 회색 후드 티와 카고바지(건빵바지)에 파란색 마스크를 착용한 김 씨는 그러나 주차장 앞에서 수색중이던 강희정 경사와 마주치자 달아나기 시작했고,앞을 가로막는 이용 경사의 얼굴을 후려쳐 넘어뜨렸지만 뒤쫓아와 몸을 날린 강 경사에게 제압됐다.

 이어 주변에 있던 사하경찰서 소속 수색팀 2명이 합류,발버둥치는 김 씨를 검거하는 데 성공했다.

 이강덕 부산지방경찰청장은 김 씨 검거소식을 발표하면서 “이 양이 꽃다운 나이에 제대로 피지도 못하고,범죄의 희생양이 된 것에 대해 부산경찰의 책임자로서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 “반인륜적인 범죄가 재발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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