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스님 다비식] “한 조각 구름이 없어지듯 가셨다”

[법정스님 다비식] “한 조각 구름이 없어지듯 가셨다”

입력 2010-03-15 00:00
업데이트 2010-03-15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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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유’ 출판으로 인연 맺은 윤형두 범우사 대표

“한 조각 구름이 없어지듯 가셨다.”

법정 스님과 30년 넘는 인연의 끈을 이어온 윤형두(75) 범우사 대표는 14일 관악산에 올랐다. 스님에게 “잘 가시라.”란 인사를 하기 위해서였다. 울컥하는 마음이 가슴 밑바닥을 치며 올라왔지만 애써 눈물을 꾹꾹 눌렀다. 스님의 성품을 워낙 잘 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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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13일 오전 11시40분쯤 법정 스님의 법구를 둘러싼 장작 더미에 스님들이 불을 붙이고 있다. ② 다비장이 가파른 산기슭에 마련됐음에도 수많은 불자들은 “나무아미타불”을 외며 다비 현장을 끝까지 지켰다. ③ 24시간 다비가 끝난 뒤 영정과 유골함을 든 스님들이 14일 송광사 일주문을 지나고 있다. 법정 스님의 유지대로 재를 뒤적여 사리를 찾지는 않았다. 순천 정연호기자 tpgod@seoul.co.kr
① 13일 오전 11시40분쯤 법정 스님의 법구를 둘러싼 장작 더미에 스님들이 불을 붙이고 있다. ② 다비장이 가파른 산기슭에 마련됐음에도 수많은 불자들은 “나무아미타불”을 외며 다비 현장을 끝까지 지켰다. ③ 24시간 다비가 끝난 뒤 영정과 유골함을 든 스님들이 14일 송광사 일주문을 지나고 있다. 법정 스님의 유지대로 재를 뒤적여 사리를 찾지는 않았다.
순천 정연호기자 tpgod@seoul.co.kr


●“책 내기 어렵던 깐깐한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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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형두 범우사 대표 연합뉴스
윤형두 범우사 대표
연합뉴스
윤 대표는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평소 스님은 ‘사람이 나는 것은 한 조각 구름이 생기는 것이요, 사람이 죽는 것은 그 구름이 없어지는 것이다.’라는 말을 많이 했다. 그 말처럼 그렇게 가셨다.”며 말끝을 흐렸다.

윤 대표와 법정 스님의 인연은 잘 알려진 대로 산문집 ‘무소유’가 맺어줬다. ‘범우 에세이 문고’ 시리즈를 내고 있던 윤 대표는 1976년, 당시 서서히 문명(文名)을 알려가던 스님을 처음 만났다. ‘무소유’ 출판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서였다. “첫 인상은 상당히 깐깐한 모습이셨습니다. 선천적인 것으로 보일 정도로 솔직하셨고, 쉽게 타협하지도 않았고, 실없는 우스개를 하지도 않으셨죠.”

윤 대표는 “책을 만드는 게 쉽지 않았던 저자”라고 스님과의 첫 대면을 회고했다. “책 제목을 정하기 위해 출판회의를 처음 가졌는데 당신이 미리 생각해 온 ‘무소유’라는 제목을 꺼내놓으시더라고요. 편집자가 (조금 어렵다며) 다른 제목도 생각해 보자고 했지만 스님은 끝까지 ‘무소유’를 굽히지 않으셨지요.”

●인세로 어려운 학생 장학금 지원

인세(印稅) 문제만 해도 그랬다. 원고료를 한꺼번에 주기로 하고 책을 만들었던 터라, 출판사로서는 따로 스님에게 인세를 줄 의무는 없었다. 그러나 스님은 느닷없이 “좋은 데 쓰려 한다.”며 인세를 요구했다.

“무슨 스님이 돈을 밝히나 처음에는 좀 당황스러웠습니다. 고민 끝에 결국 10% 인세를 드리기로 했지요.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이 인세로 가정형편이 어려운 대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셨더라고요.”

그러면서도 자신의 선행을 단 한번도 입 밖으로 꺼내 생색낸 적이 없다는 윤 대표는 스님의 이런 ‘숨은 나눔’이 불교계뿐 아니라 대중의 폭넓은 사랑을 끌어낸 원동력이라고 했다. 그는 “경허 스님 등 위대한 인물들이 많았지만 민중을 위해 불심을 심고 대중적 사랑을 받은 스님은 만해 한용운, 성철 큰스님, 법정 스님 정도였다.”면서 “수많은 사람들이 다비식에 모여든 것만 봐도 법정 스님의 영향력을 알 수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돌이켜 보면 스님은 ‘무소유’라는 수필 한 편에 자신의 평생 삶을 건 게 아닌가 싶어요. 무소유에서 말씀하신 삶을 살아오셨고, 돌아갈 때까지 그 끈을 놓지 않으셨으니까요.”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2010-03-15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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