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식품부 출장 중 7명 참변…태안 왜 찾았나

농식품부 출장 중 7명 참변…태안 왜 찾았나

입력 2010-03-27 00:00
업데이트 2010-03-27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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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림수산식품부는 주말을 낀 지방출장에 나섰던 직원 7명이 한꺼번에 숨지는 참변을 당하자 충격에 빠져 침통한 분위기다.

농식품부는 토요일인 27일 비상근무에 들어가는 한편 원만한 장례 진행을 위한 지원에 나섰다.

장태평 농식품부 장관은 이날 사고 소식을 접한 뒤 장례를 ‘농림수산식품부장(葬)’으로 치를 것을 지시하고, 새벽에 현장에 내려가 빈소인 충남 태안의료원 영안실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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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오후  충남 태안군 남면 원청리 청포대해수욕장 해변에서 농림수산식품부 직원 등 8명이 탄  승합차가 백사장 내 바위와 충돌, 탑승자 전원이 숨졌다. 사진은 사고차량의 구겨진 모습.  연합뉴스
26일 오후 충남 태안군 남면 원청리 청포대해수욕장 해변에서 농림수산식품부 직원 등 8명이 탄 승합차가 백사장 내 바위와 충돌, 탑승자 전원이 숨졌다. 사진은 사고차량의 구겨진 모습.
연합뉴스


●왜 태안 찾았나..현장방문 행사도중 사고

농식품부에 따르면 26일 지역개발과 직원들이 충남 태안의 ‘별주부마을’을 찾은 것은 수년 전부터 해오던 ‘기관 방문의 날’ 행사의 일환이었다. 소속기관이 많다 보니 서로 업무 특성을 이해하고 직원끼리 얼굴도 익힌다는 차원에서 해오던 행사다.

여기에 부서의 업무상 관련된 현장을 방문하는 일정을 묶어 국립식물검역원 평택출장소를 들르고서 농촌마을 종합개발사업 별주부권역을 찾았다가 변을 당했다.

지역개발과 직원 16명 가운데 사무실을 지키기 위해 남은 3명을 뺀 13명이 현장 방문에 나섰다. 이들은 식물검역원 방문과 별주부권역 마을 개발사업 현장 방문을 마치고 한 횟집에서 지역주민들과 함께 간담회를 겸해 저녁 식사를 했다.

식사 뒤 차량 3대에 나눠 타고 숙소로 돌아오던 중 차량 1대가 불의의 사고를 당한 것이다. 먼저 도착한 직원들은 다른 차량이 도착하지 않고 연락도 두절되자 마을 주민들과 함께 일행을 찾아나섰으나 싸늘한 주검으로 변한 동료를 발견했다.

사고 현장은 ‘자라바위’와 ‘별주부바위’, ‘별주부 기념탑’ 등이 있는 곳으로 이 마을의 이름이 유래된 곳이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사고 차량이 운행한 길은 외부에 잘 알려지지 않아 마을 주민들만 이용하는 지름길인 것으로 전해졌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경찰 얘기로는 당시 바다안개가 끼어 5m 앞도 안 보이는 데다 자라바위가 바닥과 구분이 잘 안 돼 사고가 난 것 같다”며 “사고 현장에 스키드 마크(급제동 때 생기는 바퀴 자국)도 없어 바위를 못 본 채 사고가 난 듯하다”고 말했다.

●직원들 참변에 ‘침통’..한살배기 둔 여직원도

불의의 참변에 농식품부는 침통한 분위기다. 이처럼 대규모로 직원들이 업무 중 숨진 사례는 부처가 생긴 이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 장관은 사고 소식을 접한 뒤 농식품부장으로 치를 것을 지시했고 이에 따라 농식품부는 유족들과 장례 절차 등에 대해 협의 중이다.

농식품부 직원들은 전원 이날 오전부터 비상근무에 들어갔으며 차관 이하 주요 간부들은 사고 소식을 접한 뒤 곧장 출근해 사고대책본부를 꾸리고 유족과 장례 지원에 나섰다.

사고를 당한 부서는 농촌 지역 개발을 맡고 있는 기관으로, 업무량이 많아 직원들이 바쁘게 일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농식품부는 지난 주말에도 일요일을 반납한 채 주요 직원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무박 2일’로 워크숍을 열었었다.

농식품부의 한 국장은 “평일엔 업무가 많아 현장을 찾기 힘들다 보니 주말을 이용해 현장에 내려갔는데 이런 참변을 당했다”며 “젊은 직원들인 데다 평소 에이스로 인정받던 직원들이어서 더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다른 국장은 “업무가 많아 과를 둘로 쪼개는 것까지 생각하던 중에 이런 사고가 터졌다”며 “마른하늘에 날벼락 같은 일”이라고 말했다.

특히 순직한 김영준(47) 지역개발과장은 장 장관의 비서관 출신으로 장관의 신임이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졌다.

농식품부의 한 직원은 “김 과장은 행시 39회로 공직에 들어와 농업정책과, 농촌정책과 등을 거친 핵심 인재였다”며 “특히 합리적인 사고와 성실한 자세로 직원들에게 ‘일벌레’로 불리며 신망이 두터웠는데 안타까움을 이루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번 사고로 졸지에 엄마를 잃은 갓난아기들도 있어 주위를 더 안타깝게 한다.

숨진 황은정(39) 실무관은 6살 난 아들과 2살짜리 딸이 있고, 배선자(40) 실무관은 채 돌도 지나지 않은 딸의 엄마였다. 한희경(38) 전문관도 각각 7살, 1살배기 딸이 있어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지역개발과에는 여직원이 모두 3명인데 공교롭게도 모두 사고 차량에 탑승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농식품부는 이날 오후 삼성서울병원으로 빈소를 옮겨 합동분향소를 설치했으며 월요일인 29일 합동 영결식을 치를 계획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삼성서울병원에서 합동 영결식을 치른 뒤 차량을 이용해 정부과천청사 농식품부 앞으로 이동, 노제를 지낸 뒤 각자 장지로 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합동 분향소에는 이명박 대통령과 정운찬 국무총리 등 각계에서 고인들의 죽음을 애도하는 조화가 배달됐다. 또 임태희 노동부 장관, 최상철 지역발전위원회 위원장, 남양호 청와대 농림수산식품 비서관 등이 빈소를 찾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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