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권희로씨 옥중서신 첫공개…“난 한국사람”

故권희로씨 옥중서신 첫공개…“난 한국사람”

입력 2010-03-28 00:00
업데이트 2010-03-28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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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포애·자긍심·모친에 대한 그리움 담겨 있어

 재일교포 차별에 항의하며 일본에서 야쿠자를 살해해 복역하다 영주 귀국한 뒤 26일 별세한 고(故) 권희로씨의 옥중 서신이 처음 공개됐다.

 1970년대 권씨의 석방을 도왔던 이재현(63)씨는 28일 권씨가 1999년 9월 일본 교도소에 머물 당시 자필로 직접 작성한 편지를 공개했다.

 권씨가 교도소에서 마지막으로 쓴 편지로,고인의 옥중 서신이 공개된 것은 처음이다.

 검은색 펜으로 정성 들여 쓴 A4용지 3장 분량의 편지에는 권씨가 동포의 후원에 느꼈던 고마움과 동포애,어머니에 대한 그리움,한국인으로서 자긍심 등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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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권희로씨 옥중 서신 재일교포 차별에 항의하며 일본에서 야쿠자를 살해해 복역하다 영주 귀국한 뒤 지난 26일 별세한 고(故) 권희로씨가 일본 형무소에서 자신의 석방을 도운 이재현씨에게 쓴 편지의 봉투 앞뒷면의 모습.  서울=연합뉴스
故 권희로씨 옥중 서신
재일교포 차별에 항의하며 일본에서 야쿠자를 살해해 복역하다 영주 귀국한 뒤 지난 26일 별세한 고(故) 권희로씨가 일본 형무소에서 자신의 석방을 도운 이재현씨에게 쓴 편지의 봉투 앞뒷면의 모습.
서울=연합뉴스
 교도소에서 어머니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의 인간적인 고뇌와 안타까움도 절절하게 배어 있다.

 봉투 뒷면에는 ‘사랑하는 내 동포 이재현씨!!’라고 적어 고마움을 표시했고,앞면에는 항공 우편 표시와 함께 ‘99년 12월 JAPAN’이란 직인이 찍혀 있다.

 권씨는 도쿄형무소에 갇혔던 당시 쓴 것으로,출소해서 한국으로 가기 전 도쿄 나리타 공항으로 이동하면서 부치게 될 것이라고 편지에서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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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교포 ‘차별항의’ 권희로씨 장례식 부산=연합뉴스
재일교포 ‘차별항의’ 권희로씨 장례식
부산=연합뉴스
 편지에서 권씨는 자신의 정체성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제가 우리 말을 배우고 싶어서 일본 형무소 안에서 혼자 열심히 공부를 해 왔지만 정말 어려움도 많고 고생도 했습니다.사전을 쓰면서 이만큼이라도 편지를 쓸 수 있어도 말할 때는 발음을 잘 모르기 때문에 아직도 배우지 못하고 있습니다”라고 적었다.

 이어 “저는 틀림없이 한국 사람인데 이런 상태로 있는 것이 정말 부끄러운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우리나라에 돌아가면 그날부터 잠도 못하는(못 자는) 정도 바쁜 사람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라고 덧붙였다.

 권씨의 따뜻한 동포애를 느끼게 하는 대목도 있었다.

 그는 “출소하면 서울에서 있는 큰 병원에 입원해 건강진단을 받기로 되어 있습니다만 병원에서 배를 깔고 누워 책을 읽는 그런 입장이 아닙니다.병원 입원하는 이야기는 사퇴할 생각입니다.(병원에 입원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보임)”라고 했다.

 또 “그런 돈이 있으면 가난한 살림 때문에 병에 걸려 집에서 누워 계시는 동포들의 모습을 생각하면 정말 불쌍히 여깁니다.나보다 그런 사람들을,동포들을 한 사람이라도 많이 도와주어야 됩니다”라고 강조했다.

 수감 중 모친의 부고를 접한 권씨는 “이 세상에서 무엇보다도 사랑하고 소중히 생각하고 있었던 어머니가 갑자기 작년 십일월 삼일날 돌아가셨기 때문에 그것으로 지금도 어머니의 일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파 버립니다”라고 적었다.

 귀국을 앞둔 설레는 마음도 드러나 있다.

 고인은 “이 편지가 도착할 때는 아마 나는 일본에서 태어나서부터 처음 칠십일년만에 우리나라 어머니나 아버지가 태어나신 고향 부산에 가고 있을 것입니다.이번에는 자유로이 서로 만날 수도 있게 되겠으니까 연락을 해 주세요”라고 말했다.

 권씨는 마지막으로 “이재현님도 오랫동안 많은 노력을 해 주었으니까 그런 동포를 소중히 해 가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그러면 해야 되는 일이 많이 이것으로.권희로(김희로)”라고 편지를 마무리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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