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소년’ “법정스님은 강직하고 고고하셨다”

‘신문소년’ “법정스님은 강직하고 고고하셨다”

입력 2010-03-31 00:00
업데이트 2010-03-31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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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정스님은 강직하고 고고했습니다.계율에 매우 엄격해서 어긋나는 것을 용납하지 않았습니다.여름에도 승복을 위로 올린 적이 없었습니다.”

 ‘법정스님의 신문배달 소년’으로 알려진 강모(49)씨는 법정스님에 대해 31일 이같이 기억했다.법정스님의 49재 3재가 열린 이날 오후 서울 길상사 행지실에서는 법정스님이 강 씨에게 남긴 책 전달식이 있었다.

 법정스님이 강 씨에게 남긴 책은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월든’,‘생텍쥐페리의 위대한 모색’,‘선학의 황금시대’,‘선시’(석지현 편역),‘벽암록’,칼릴 지브란의 ‘예언자’ 등 모두 6권이다.이 중 ‘예언자’는 흰 종이로 책 표지를 싸놨다.

 강 씨는 법정스님이 1970년대 초 봉은사에 있을 때 어머니와 함께 봉은사에 살면서 종무소에 배달된 신문을 법정스님 처소까지 전달했다.법정스님은 유언장에 “머리맡에 남아 있는 책을 나에게 신문을 배달한 사람에게 전하여 주면 고맙겠다”고 적었다.

 강 씨는 “어릴 때는 멋모르고 (스님을) 따랐는데.스님의 유품을 받는 게 상당히 부담된다”며 “왜 스님이 유품을 전달하라고 했는지 궁금해 고민을 많이 했다.아마 심부름을 했던 내게 스님이 마음의 빚과 짐이 남아서가 아닐까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스님이 물려준 책을 읽고 발자취를 더듬어볼 것”이라며 “(이 책은) 내 개인의 소유가 아니다.스님을 사랑했던 모든 사부대중의 소유다.길상사가 필요로 하거나 원하면 아무런 조건없이 다시 기증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도 봉은사 신도라는 강 씨는 “법정스님의 소식을 접한 뒤 어릴 때 기억이 마치 어제 일처럼 떠올랐다”며 법정스님과의 일화도 소개했다.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3학년 때까지 스님과 함께 봉은사에 지내면서 종무소에서 신문과 우편을 받아 갖다드렸습니다.스님이 일반 신도를 만나는 걸 매우 조심스러워해서 당시 스님에게 가까이 갈 수 있는 특권은 저한테 밖에 없었죠.그때 스님이 저를 많이 귀여워하셨습니다”그는 “(스님과 만난 지) 한 해가 지난 봄이었던 것 같다.스님이 24가지 색 크레용과 도화지를 줬다.당시 웬만한 사람은 가질 수 없던 것으로 너무 기분이 좋았다.나중에 누가 가져갔지만…”이라며 “스님은 눈이 오거나 낙엽이 져도 치우지 못하게 했다.자연 그대로를 즐기셨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어머니는 살아계시지만 아직 (법정스님이 내게 유품을 남겼다는 사실을) 말하지 않아 모르고 계신다”고 덧붙였다.

 법정스님의 유언을 받아 이날 강 씨에게 책을 전달한 덕진스님은 “법정스님은 평소 시은(시주의 은혜)에 대해 말씀을 많이 했다”며 “마지막 가는 길에도 우리에게 큰 가르침을 줬다”고 말했다.

 한편 강씨는 “만일 내가 행동을 잘못하면 스님에게 누가 될까 조심스럽다”며 자신의 얼굴과 이름을 언론에 공개하는 것에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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