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령도 ‘잔인한 4월’

백령도 ‘잔인한 4월’

입력 2010-04-03 00:00
업데이트 2010-04-03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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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침몰에 어선마저’ 백령어민 아연실색

 쾌청한 날씨에 살랑살랑 바람이 부는 백령도에 봄이 찾아왔지만 잇따른 침몰 사고로 섬 주민들은 그 어느때보다 ‘잔인한 4월’을 맞고 있다.

 해군 천안함의 침몰 사고로 충격을 받았던 주민들은 실종자 수색에 동참하고 돌아가던 저인망 어선마저 침몰했다는 소식에 아연실색한 모습이었다.

 천안함 침몰 사고 9일째인 3일 오전 8시30분께 사고 해역 인근의 중화동포구.

 반원 모양의 해안가는 잇따른 사고 소식에 할 말을 잃어버린 주민들처럼 고요하기만 했다.

 조업 통제를 알리는 붉은 깃발 대신 출어할 수 있음을 알리는 노란 깃발이 포구에 걸려 바람에 나부끼고 있었지만 어민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물 작업을 위해 이날 대부분 출항을 하지 않는 어민들 대신 소형 어선 6척만이 바다 쪽으로 50m 가량 뻗은 방파제와 나란히 떠 있었다.

 해안가 뒤쪽으로 20여채의 집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마을에서 만난 주민들은 진전이 없는 실종자 수색과 2일 발생한 어선 침몰 사고를 한결같이 안타까워했다.

 지팡이를 짚고 포구로 향하던 김모(87)씨는 “또 사람이 실종됐다니 어이가 없다.캄보디아 국적 배가 사고를 낸 뒤 어민들을 구할 수 있었을텐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텃밭에서 가꿀 ‘씨 고구마’를 심다가 기자를 만나 최의선(63)씨는 “빠른고 센 조류로 실종자나 유류품들이 모두 먼바다로 흘러갔을텐데 쌍끌이 어선으로 건지겠다는 발상이 잘못됐다.어장만 망가뜨려 엉뚱한 어민들에게 피해를 준셈”이라며 혀를 찼다.

 천안함과 저인망 어선의 실종자를 하루 속히 찾았으면 한다는 어민들도 많았다.

 택시기사 최홍일(73)씨는 “이제 사리때도 지나 해상 여건도 좋아지고 인양 작업을 위한 크레인도 곧 도착한다고 하니 실종자 수색에 성과가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소망했다.

 천안함을 인양하기 위한 삼호I&D 소속 해상크레인 ‘삼아 2200호’는 소청도에서 사고 해역으로 이동해 본격적인 인양 작업을 벌일 예정이다.

 해군의 요청을 받은 해상 구조구난업체의 베테랑 잠수사들도 이날 백령도로 집결해 실종자 수색에 힘을 보탠다.

 해병대 구조대원들 역시 신속한 구조를 원하는 어민들의 소망과 실종자 가족들의 염원에 부응하려고 아침부터 고무 동력보트를 타고 바다로 나가 실종자와 부유물을 건지는데 주력했다.

 실종자 수색본부가 있는 장촌포구 해병대 유류고 앞.

 맑은 날씨 속 바다 저멀리 성인봉함과 독도함 등 해군 함정이 거친 바다 물살을 헤치며 조금씩 조금씩 이동하고 있었다.

 함정들 앞으로 해병대 장병 5명을 태운 고무보트 6척이 출렁이는 물살에 따라 흔들리며 바다 위 수색에 여념이 없었다.

 녹색 위장무늬 군복과 야전모를 쓴 해병대 장병들은 ‘이얍’이라는 우렁찬 기합소리와 함께 검은색 고무보트를 타고 해안가를 출발해 먼저 나가있던 대원들과 합류했다.

 부유물 수색 상황을 점검하러 나온 해군본부 정훈공보실 임명수 소령은 “사고 해역이 있는 먼바다는 아직 바람이 많이 불고 유속도 세 작업을 하는데 어려움이 있지만 잠수사를 투입해 실종자 수색에 전념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사진] 또 사고…금양98호 침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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