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은 삐걱거리지만 음악은 더 깊이있게”

“몸은 삐걱거리지만 음악은 더 깊이있게”

입력 2010-04-28 00:00
업데이트 2010-04-28 00:48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5년만에 무대복귀 ‘바이올린 여제’ 정경화

“예순이 넘은 지금은 몸 여기저기가 삐걱거리지만, 감사하는 마음으로 더 깊이 있는 음악을 들려 드릴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바이올린의 여제’ 정경화(62)가 27일 강남 메리어트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5년 만의 무대 복귀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그는 새달 4일 오후 8시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블라디미르 아슈케나지가 지휘하는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와 브람스의 바이올린협주곡을 협연하며 연주 활동을 재개한다. 정경화는 왼손 네 번째 손가락 부상으로 2005년 9월 이후 연주 활동을 접고 미국 뉴욕의 줄리아드 음악원에서 후진 양성에 몰두해 왔다.

이미지 확대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 연합뉴스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
연합뉴스
●“한국에만 오면 활력 되찾아요”

정경화는 환한 웃음을 지으며 “5년 전에 브람스 협주곡을 너무나 하고 싶었는데, 예기치 않은 손가락 통증으로 못했다.”면서 “복귀 무대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곡을, 좋아하는 지휘자인 아슈케나지와 호흡을 맞춰 연주하게 돼 기쁘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오랜만에 하는 거라 솔직히 큰 자신은 없고, 결과가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면서도 “하지만 고국에 와서 청중들과 같이 음악을 만드는 것 자체가 기적이라고 생각한다. 손이 다 나았으니 정성을 다해 연주하려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손가락 부상은 꾸준한 치료로 다 나았지만 얼마 전 심하게 앓기도 했다고 전했다. “몸을 움직이기 힘들 정도로 아파서 병원에 갔더니 몸속에 납이 기준치 이상으로 쌓여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이번에도 한국에 못나가겠구나 생각했다. 막상 들어오니 한국에 에너지가 넘쳐서 그런지 나도 활력을 되찾았다. 한국에만 나오면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느낌이다. 오랜만에 어머니를 뵌 것도 너무 기쁘다.”

그는 “내가 교수가 됐다니 스스로 생각해도 너무 이상하다.”며 후진 양성에 대한 이야기도 빼놓지 않았다. 거의 평생을 무대에 서온 연주자로서 심리적인 부분이 얼마나 중요한지 너무 잘 알기 때문에 그 부분을 특히 강조한다고 설명했다. 정경화는 재능 있는 젊은 음악가들이 걱정 없이 공부하고 연주할 수 있게 도움을 주려면 재원 마련이 급선무라는 생각에 ‘정경화 재단’을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요즘 한국에서도 완벽한 재능을 타고난 젊은 음악가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고 평가한 그는 바이올린 연주자 가운데 이유라, 김수연 등을 눈여겨 보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기금을 마련하려면 앞으로 기를 쓰고 무대에 서야한다며 웃음을 터뜨린 정경화는 “젊은 연주자들이 설 무대가 적다는 게 가장 큰 고민이다. 젊은 연주자들이 전국 콘서트홀을 순회하며 연주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젠 기교보다 깊이를 추구할 때”

젊었을 때는 완벽주의적인 성향 때문에 연주 뒤 만족한 적이 없었지만, 어느 순간 감사하는 마음으로 바뀌게 됐다는 정경화. 그의 복귀 무대가 더욱 기다려지는 이유다. “예전에는 테크닉에 얽매였는데, 이제는 있는 흥을 다 내서 연주하려 한다. 5년의 공백기에 음악적으로 많은 생각을 하고, 예술가로서 더 성장했다고 스스로 느낀다. 이제 기교보다는 깊이를 추구할 시기가 된 것 같다.”

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2010-04-28 29면
많이 본 뉴스
종부세 완화, 당신의 생각은?
정치권을 중심으로 종합부동산세 완화와 관련한 논쟁이 뜨겁습니다. 1가구 1주택·실거주자에 대한 종부세를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종부세 완화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완화해야 한다
완화할 필요가 없다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