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잊지 않겠습니다…시민들 마지막 배웅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시민들 마지막 배웅

입력 2010-04-29 00:00
업데이트 2010-04-29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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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오전 10시 사이렌이 울리면서 대한민국이 다시 비통의 바다 속으로 빠져들었다.

 차디찬 백령도 바닷속에서 끝내 시신으로 귀환한 ‘천안함 46용사’의 영결식이 엄수되자 온 국민은 슬픔 속에 용사들을 떠나보내며 ‘그대들을 절대 잊지 않겠다’고 다짐을 거듭했다.

 시민들은 서울광장 등에 설치된 합동 분향소를 찾아 조문을 하거나 텔레비전으로 영결식 장면을 지켜보며 눈시울을 적셨고,인터넷 공간에도 희생 장병을 추모하는 글이 넘쳤다.

☞[사진] ‘편히 쉬소서’ 천안함 희생장병 영결식

 ●TV로 영결식 지켜보며 묵념

 시민들은 텔레비전이나 인터넷을 통해 경기도 평택 해군 2함대사령부에서 열린 영결식을 비통한 심정으로 지켜보며 순직 장병을 애도했다.

 집에서 영결식 장면을 TV로 지켜본 김광남(56.사업)씨는 “천안함이 침몰한 이후부터 관심있게 뉴스를 지켜봤는데 막상 영결식을 보니 눈물이 났다.특히 유가족들이 헌화를 하며 눈물을 훔치는 장면에서 나도 울컥했다”고 말했다.

 고등학생 한소연(18)양도 “영결식을 한다는 얘기를 신문에서 읽고 한 장면이라도 보려고 쉬는 시간마다 교실 앞에 있는 텔레비전을 켜서 영결식을 봤다”며 “온 국민이 안타깝게 순직한 장병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역을 찾은 시민은 역사에 있는 대형 텔레비전 앞에 삼삼오오 모여 하나같이 안타까운 표정으로 영결식을 지켜봤다.

 나병용(60)씨는 “천안으로 가는 열차를 타기 전 시간이 조금 남아 영결식을 봤는데 젊은 나이에 삶을 마감한 장병들을 생각하면 너무 가슴이 아프다”며 안타까워했다.

 서울지역 각 구청과 경찰서도 조기와 ‘천안함 희생장병들의 명복을 빕니다’라고 적힌 현수막을 내걸고 슬픔을 함께 나눴다.

 성동경찰서 한모 경사는 “내근하는 직원들끼리 사무실 TV로 영결식을 지켜봤는데 순직한 젊은이들의 죽음에 부끄럽지 않게 온 마음을 다해 맡은 일을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합동분향소에도 마지막 추모행렬

 시민들은 쌀쌀한 날씨에도 이른 아침부터 서울광장 등에 마련된 합동 분향소를 찾아 천안함 희생 장병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서울광장에는 오전 9시를 넘기면서 조문객이 많아져 분향소는 내내 50~100m 가량의 줄이 이어졌다.

 오전 10시 1분간 사이렌이 울리자 분향소와 주변에 있던 200여명의 시민은 분향 등 하던 일을 멈추고 일제히 묵념을 했고,일부 시민은 가던 길을 잠시 멈추고 고개를 숙여 희생 장병들의 넋을 기렸다.

 가슴에 검은 리본을 달고 희생 장병 46명의 영정과 마주 선 조문객은 하나같이 비통한 표정이었다.

 비통함을 애써 억누른 채 차분하게 흰색 국화를 영정 앞에 올리는 손길 하나하나에는 경건함이 묻어났다.

 분향 후 광장 옆에 마련된 추모의 벽에서 추모글을 적던 한진주(28.여)씨는 “추모 마지막 날이라는 말을 듣고 부랴부랴 분향소를 찾았는데 막상 사진 속 장병의 얼굴을 보니 더 안타깝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날 오후 3시까지 하루동안만 4천582명,닷새간 총 4만983명이 분향소를 다녀갔다.이기수 고려대 총장,심화진 성신여대 총장,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 등도 이날 발걸음을 했다.

 조문을 마친 시민은 분향소 왼편에 연합뉴스가 전시한 추모 사진을 천천히 둘러보면서 장병의 얼굴 하나하나를 가슴속 깊이 새겼다.

 장병들 얼굴 사진을 찬찬히 지켜보는 사람들이 많았고,사진에 묻은 얼룩을 손수건으로 조심스레 닦아주는 모습도 보였다.

 희생장병 중 막내인 장철희(19) 일병 사진 옆에 유난히 검은색 근조 리본이 많이 붙어 있었고 시민들은 “죽기엔 너무 어린 나이다” 등의 말을 나누며 안타까워했다.

 지인들은 생전에 미처 나누지 못한 말을 전하려고 이곳을 찾아 추억과 그리움이 서린 글귀를 남겼다.

 고(故) 김종헌 상사의 후배는 노란색 쪽지에 “광개토대왕함에서 선배와 함께 보낸 시간들이 자꾸 생각납니다.편히 쉬세요”라고 썼다.

 ●‘영면하소서’ 인터넷도 애도 물결

 인터넷 공간에도 온 국민의 가슴 속에 묻힌 천안함 용사를 애도하는 글이 넘쳤다.

 누리꾼은 포털 사이트에 마련된 사이버 분향소에 추모의 글을 남기며 용사들의 영면을 기원했다.

 누리꾼 윤홍근 씨는 “당신들 희생의 슬픔이 너무나 커 그렇게 비바람 모질게 치고 눈보라 거세게 불더이다.다시는 올 수 없는 먼 길 가시는데 오늘은 하늘도 아는지 맑은 얼굴입니다.부디 하늘나라에서는 평안히 영면하시길 바랍니다”라고 적었다.

 아이디 ‘래비니아’는 “가신 분들의 향기는 두고두고 남아 더욱 강한 여운을 주게 될 것입니다.남은 시간 내내 그리움의 열병을 앓게 될 가족분들께 위로를 전합니다”라고 썼다.

 희생장병의 미니홈피에도 그들을 영원히 기억하겠다고 다짐하는 누리꾼과 지인의 발걸음이 끊이질 않았다.

 강효경씨는 고(故) 문영욱 중사의 미니홈피에서 “욱아,오늘 영결식이네.아직도 텔레비전에서 네 사진이 나오면 가슴이 덜컹 내려앉는다.아직도 니가 살아있는 것 같다…텅 비어 있는 네 자리를 보면 당장에라도 달려가고 싶다.못난 친구라서 미안하다”는 글로 애통함을 달랬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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