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머리에 다른 사람이”…정신질환 흉내 군면제 비보이

“내 머리에 다른 사람이”…정신질환 흉내 군면제 비보이

입력 2010-05-03 00:00
업데이트 2010-05-03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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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3일 정신질환자로 위장해 병역을 면제받은 혐의(병역법 위반)로 황모(30)씨 등 인기 비보이(B-Boy) 그룹 멤버 9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같은 그룹 선·후배 팀원인 황씨 등은 2002년 5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병원을 찾아가 “환청이 들린다.”, “이유없이 우울하다.”, “내 머리에 다른 사람이 살고 있다.”는 등의 핑계를 대며 한 달간 입원한 뒤 6개월~2년동안 거짓 약물 처방을 받는 방법으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나 정신분열증 등의 진단서를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은 이 진단서를 이용, 병무청 신체검사에서 5등급(현역면제) 또는 4급(공익근무요원) 판정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같은 팀 멤버 전모(30)씨가 이 방법으로 군면제를 받자 이를 흉내내 범행을 저질렀으며, 내부적으로 환자 행세를 잘 할 수 있는 노하우를 교환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인터넷이나 서적 등에서 정신질환자들이 보이는 이상 행동을 찾아 연습한 뒤 부모를 설득하거나 부모마저 정신질환자로 믿게 만들어 병원에 증상을 이야기하도록 하는 등 치밀하게 행동했다.

 황씨 등은 외출을 피하고 횡설수설 하는 등 정신질환자로 보이기 위한 행동을 계속하면서도 주변 사람들의 눈을 피해 외국 댄스경연 대회에 버젓이 출전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들이 전문 브로커의 지시를 받거나 병원 측을 매수한 사실은 발견하지 못했으며 부모가 의료진에게 직접 “실제 이상한 행동을 보였다.”고 말해 쉽게 진단을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들 가운데 병역법 공소시효인 7년을 넘기지 않은 3명은 검찰에 송치하고, 병무청에 수사내용을 통보해 관련자를 모두 현역 입대시킬 예정이다.

 경찰은 “이들은 연예계 활동을 계속하기 위해 이같은 행동을 한 것 같다.”면서 “먼저 병역을 면제 받은 선배들이 후배들에게 방법을 제안하고 가르쳐주는 형식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말했다. 이어 “신체를 훼손하는 과거 방식과는 달리 정신질환 증세만 흉내내는 사례는 드문 경우”라며 “유사한 사례를 막기 위한 병무청의 대책마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인터넷서울신문 맹수열기자 gun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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