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아, 물 속에서 나와 좋은 곳으로 가거라’

‘아들아, 물 속에서 나와 좋은 곳으로 가거라’

입력 2010-05-06 00:00
업데이트 2010-05-06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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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아,엄마 걱정하지 말고 물속에서 나와 좋은 곳으로 가거라”6일 오전 서해 대청도 해역에서 침몰한 금양98호 희생 선원들의 영결식이 거행된 인천시 서구 신세계장례식장 앞마당.

 시신도 없이 유품으로 장례를 치러야 하는 금양98호 선원 유가족의 슬픔을 아는 듯 모르는 듯 차가운 안개비가 오락가락 내렸다.

 상복을 입은 유가족들은 지난 34일간의 슬픔 속에서 눈물도 메말랐는지 지친 표정으로 단상의 영정사진만 멍하니 바라봤다.

 “거친 파도와 싸우면서 육지가 얼마나 그리웠겠습니까.그래서 미안합니다.이렇게 늦게 당신들의 허한 마음을 알게 돼 미안합니다”장례위원장인 이종구 수협중앙회 회장은 조사에서 평소 미처 선원들을 돌아보지 못했던 무심함에 미안하다는 고백을 했다.

 “그동안 당신들을 위해 한 일이 없다는 것이 너무 부끄럽고 미안합니다.부디 서운한 마음 다 내려놓으시고 좋은 곳에서 편하게 잠드십시오”고 안상철씨의 동생 안상진씨가 유가족을 대표해 조사를 읽어내려갔다.

 ‘든 사람은 몰라도 난사람의 자리는 크다’는 말처럼 유가족들은 이제 떠나보내야 하는 가족들 앞에서 사무친 가슴을 쓸어내렸다.

 종교의식이 행해질 때 즈음,유가족들 눈에서는 꾸역꾸역 참았던 눈물이 결국 또다시 뺨을 타고 흐르기 시작했다.

 고 허석희씨의 어머니는 흰 손수건을 두 손에 꼭 쥐고 차마 소리 내지 못한 채 눈물만 훔쳐냈다.

 아들의 영정 사진을 향해 손을 뻗어보고,아무리 두 발을 동동 구르며 애원을 해도 이제는 다시 볼 수 없는 아들이었다.

 유가족들의 헌화와 분향 시간.

 고 이용상씨 동생 석철씨는 형님 영정 앞에 국화 한 송이를 놓다 그 자리에 그대로 무너져 내렸다.

 “형님~~형님~~.미안합니다”아무리 불러도 대답없는 형님 앞에서 석철씨는 형님의 마지막 길에 큰 절을 올렸다.

 조카를 보낼 수 없는 고 박연주씨의 고모는 영정사진을 바라보고 “좋은 데 가서 잘 살아라”라며 목 놓아 통곡했다.

 고 허석희씨의 어머니와 이모도 영정사진 앞에 높인 국화 다발을 부여잡고 “어떡해~어떡해~”만 연발하며 자리를 뜨지 못했다.

 간신히 다른 가족들의 부축을 받고 자리로 돌아간 허석희씨의 이모 얼굴엔 눈물과 콧물이 슬픔과 범벅돼 있었다.

 지난달 22일 고 김종평씨의 장례를 치른 동거녀 이삼임씨도 착잡한 표정으로 고인들의 영정 앞에 국화꽃을 내려놓았다.

 유가족들의 헌화와 분향,묵념을 끝으로 영정 사진과 유품을 실은 관들은 운구차에 실려 화장장으로 이동했다.

 한편 이날 장례식장에는 유가족들과 정운찬 국무총리,장태평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정세균 민주당 대표 등 400여명이 참석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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