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림연예예술고의 역발상 교육

한림연예예술고의 역발상 교육

입력 2010-05-11 00:00
업데이트 2010-05-11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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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기획사 가교역할… 꿈·끼 펴게 ‘무대’ 제공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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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연 전략기획실장
김지연 전략기획실장
복도를 지나는데 마주치는 학생마다 웃음이 환했다. 무릎에서 15㎝ 이상 올라간 짧은 치마 교복을 입은 여학생들의 매무새는 단정했다. 학생들이 원하는 대로 교복을 디자인하자, 학생들이 허용된 범위 안에서 최대한 단정하게 입는다고 한다. 인사하는 학생 한 명 한 명에게 “오디션은 잘 봤니.” “이제 목은 좀 괜찮니.”라고 묻던 김지연 전략기획실장이 설명을 해줬다.

서울 장지동 한림연예예술고는 지난해 3월 문을 열었다. 연예과·뮤지컬과·실용무용과·실용음악과·패션모델과·영상제작과 등 6개 전공 학과, 10학급으로 구성됐다. 실기수업과 면접 100%로 학생을 선발하고, 교과 공부와 실기 수업을 병행한다. 학생들이 연습을 더 원하면 오후 6시부터 9시까지 방과 후 학교에서 수업을 한다. 중요한 공연을 앞두고는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다음날 오전 3~4시까지 남아 연습에 매진하기도 한다. 연예예술고 학생 가운데에는 중학교 시절 춤과 노래에 빠지면서 자연스럽게 학교에서 아웃사이더가 된 학생도 많다. 그런 학생들이 새벽까지 학교를 떠나기 싫어하게 됐다는 점은 역설적이다.

●교과+실기수업… 학생위주 과정 돋보여

일반 학교에서 존중받던 가치 체계가 정규학교에서 한 발 비켜선 학력인정학교인 이 곳에서 학생 위주로 변화한 것이 이유가 될까. ‘꿈 깡 끼 꼴 꾀 꾼’이라는 교훈을 내걸고 학생들을 한번 믿어보기로 한 게 학생들을 학교로 불러 들였을까.

연예예술고에서 ‘공부를 하지 않는 학생은 게으르거나 의지가 부족한 것’이라는 말은 정설이 아니다. 김 실장은 “몸으로 익히는 데에서는 시간과 노력이 답”이라면서 “연습한 만큼 늘게 된다는 진리를 학생들이 스스로 깨달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연예인에 대한 환상 지양… 노력 강조

‘연예인으로 성공하면 공부는 안 해도 된다.’는 말도 이곳에서는 진리가 아니다. 김 실장은 “연예인으로 성공하려면 실력만큼 운도 있어야 한다.”면서 “예상하지 않은 분야에서 일하게 됐을 때에도 적응할 수 있을 만큼 기본 소양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성적 위주의 일반고와 학교를 자퇴하더라도 연예인의 길에 올인하게 만드는 연예 기획사의 중간 지점에 연예예술고가 자리잡고 있는 셈이다.

김 실장은 “화려한 겉모습만 보고 연예인이 되기를 꿈꾸거나, 공부가 하기 싫어서 연예인을 꿈꾸는 학생은 환영받지 못한다.”면서 “학생들은 무대에 서는 사람 뒤에 어떤 사람들이 있는지 먼저 배우게 된다.”고 말했다. 연예예술고에서는 실용음악과 학생에게 악기 연주뿐 아니라 스피커와 전기 설비를 다루는 법까지 가르친다.

공연이 이뤄지는 과정 전반을 교과 과정으로 편성한 것은 진로 교육에도 도움이 됐다. 김 실장은 “연기자나 가수가 되는 것은 어떻게 보면 운도 따라야 하는 일”이라면서 “자신의 첫 번째 꿈을 이루지 못하더라도 다른 방법으로 꿈을 이룰 방법과 영역이 많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2010-05-11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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