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총장 발언에 대해 언급하는 것 부적절”
김준규 검찰총장은 12일 “검찰의 권한과 권력을 나누거나, 새로운 권력으로 입히는 것은 답이 아니다.”며 청와대와 정치권을 중심으로 제기된 상설 특별검사제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도입 논의에 대해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김 총장의 이같은 발언은 전날 이명박 대통령이 검찰·경찰 개혁방안 마련을 위해 범정부 차원의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지시한 직후 나온 것이어서 파장이 예상된다.
김준규 검찰총장
청와대 관계자는 “검찰총장의 발언에 대해서는 언급하는 게 적절치 않다.”고 밝혔다.
김 총장은 오전 경기 고양시 사법연수원에서 연수생들을 대상으로 한 특강에서 “검찰의 권한이 많으니까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 있는데 (검찰)권력을 나눈다든가 새 권력을 입히든지 하는 것은 답이 아니다.”며 “견제는 권력의 원천인 국민에게서 나올 수밖에 없고, 지금 수행하는 (검찰의) 권력과 권한에 국민의 견제가 들어가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검찰 권한 나누는 것 답 아니다”
이는 공수처와 같은 새로운 수사기관이나 상설 특검제처럼 기소권을 가지는 또 다른 기관 설치에는 반대하지만 일본의 검찰심사회나 미국의 연방대배심처럼 일반 국민이 검찰권을 견제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검토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김 총장은 ‘스폰서 검사’ 파문과 관련, “추한 모습이 비춰진 것이 참으로 안타깝다.”면서도 “검찰만큼 깨끗한 데가 어디있느냐.”고 강한 톤으로 반문했다.
김 총장은 “검찰이 힘이 있다 보니 나무가 크고 넝쿨과 잡초가 많이 끼었다.”며 “나무를 고사시키는 단계까지 왔는데 방법은 넝쿨 밑둥만 잘라 버리면 된다.”고 자정의지를 강하게 내비쳤다. 그는 “검찰총장 취임 후 변모(transform)를 많이 했는데 이제는 ‘다시 태어난다(reborn)고 해야겠다.”면서 “(검사들이) 문화개혁의 대상이 돼서는 안 되고 주체가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정미경 대변인은 “정부에서 발표한 검·경개혁 관련 태스크포스팀과 국회 사법제도개혁특위에서 논의 중인 공수처, 상설 특검제는 아직 합의된 바가 없다.”면서 “국민의 검찰로 거듭나기 위한 진통의 한 과정이므로 총장이 반대 의사를 피력할 수 있고, 향후 정부·국회·검찰이 모두 이 문제에 대해 토의를 해나가야 한다.”며 즉각적인 대응을 피했다.
반면 민주당 우상호 대변인은 “검찰총장은 청와대가 추진하는 검찰제도개혁안에 대해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면서 “자신이 지휘하는 부하들의 향응 접대에 전 국민이 분노하는데 조직 보호를 위해 검찰개혁을 거부하면 국민의 신뢰를 잃을 것”이라고 말했다.우 대변인은 “즉각 공수처 설치에 협조하라.”고 촉구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검찰이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도록 개혁을 추진하기 위한 것이며, 미리 어떤 식으로 검찰개혁의 방향을 잡아놓은 것은 아니다.”면서 “검찰총장의 발언에 대해서는 언급하는 게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는 권태신 국무총리 실장 주재로 차관급 ‘검·경 개혁 태스크포스(TF) 실무협의회’가 처음 열렸다. 회의에는 법무부·행정안전부 차관, 청와대 민정비서관 등이 참석해 장관급 TF를 구성할지 등 구체적인 계획과 일정 등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성수 홍성규 김지훈기자
kjh@seoul.co.kr
2010-05-13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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