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 자살’ 유행병 또 도지나

‘집단 자살’ 유행병 또 도지나

입력 2010-05-13 00:00
업데이트 2010-05-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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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강원을 비롯한 전국을 충격에 빠트렸던 연탄을 이용한 ‘동반 자살’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12일 하루 동안 경기도 화성과 강원도 춘천에서 2건의 동반자살 사건이 발생해 남성 4명과 여성 4명 등 8명이 숨졌다.

 경찰은 두 사건이 자동차 안과 민박집 객실로 서로 다른 곳에서 일어났지만,숨진 남녀의 나이와 연고지가 제각각이고 창을 밀폐시켜 놓은 채 연탄을 피운 점이 같아 특정 자살사이트를 매개로 해서 동시에 이뤄진 집단 자살일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두 사건 모두 시신이 발견된 장소에서 ‘가족들에게 죄송하다’는 내용의 유서가 발견됐다.

 ◇연탄 이용해 동반자살..자살자 친분관계 없는 듯이날 오후 1시10분께 화성시 서신면 장외리 장외공단 도로변에 주차된 카렌스 승용차에서 연고지가 각기 다른 20~30대 남성 1명과 여성 4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차 안에는 타다남은 번개탄과 화덕,유서가 발견됐으며,연탄가스가 새 나가지 못하도록 차창 틈은 검은 비닐로 막아 밀폐돼 있었다.

 오후 5시15분께는 춘천시 남산면 방곡리의 한 민박집 2층 객실에서 연고지와 나이가 제각각인 20대 남성 3명이 숨져 있는 것을 업주가 발견,경찰에 신고했다.

 숨진 남성들은 지난 11일 오후께 가족 등에 의해 가출 신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 또한 객실 내에서 연탄 2장과 화덕이 발견됐으며,출입문과 창문은 테이프로 밀폐돼 있었다.

 두 사건은 범행장소만 다를뿐 창을 밀폐시킨 점,연탄을 피운 점 등 여러 면에서 수법이 같아 경찰은 특정 자살사이트를 매개로 ‘12일을 D-데이’로 동시에 이뤄진 집단 자살 가능성에 대해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

 12일을 집단 자살의 D-데이로 삼았다면 이날 경찰에 발견된 경기.강원의 두 사건 외에 동반자살을 결행했지만 미처 발견되지 않은 사례가 더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해 강원 연쇄 동반자살도 ‘유사’..유행 우려지난해 봄 강원지역에서는 연탄을 이용한 ‘연쇄 동반자살’이 잇따르면서 전국을 충격에 빠뜨렸다.

 인터넷 자살 카페를 통해 급속도로 번진 이른바 ‘자살 바이러스’는 지난해 4월 한달간 강원지역에서 5건의 동반자살로 남녀 12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민박이나 팬션 등지에서 연탄불을 이용한 연쇄 동반자살자 절반 이상이 10대와 20대 등 청년층이었고,4~5명이 무리를 이뤄 동반자살을 결행했다는 점에서 사회적인 충격은 더했다.

 ◇전문가 “동반자살,연쇄작용 일어날 수도”이처럼 한동안 뜸했던 연탄을 이용한 동반 자살이 다시 고개를 드는 것에 대해 경찰과 전문가들은 ‘유행병’처럼 다시 번지지 않을 까 우려하고 있다.

 경찰은 화성과 춘천의 자살자들이 인터넷 자살 관련 사이트를 통해 만나 집단 자살을 모의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두 사건의 연관성을 조사 중이다.

 조은경 한림대 심리학과 교수는 “오늘 발생한 자살 2건이 우연의 일치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지만,누군가가 자살을 했다는 정보를 접하면 모방심리가 생겨 자살을 할 용의가 있던 사람들이 잇따라 목숨을 끊는 연쇄작용이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생명의 전화’ 나선영 실장은 “자살하려는 사람들은 인터넷 등을 통해 자살 장소나 방법에 대한 정보를 얻는다.”면서 “탤런트 안재환씨의 자살 이후 연탄을 이용한 자살이 크게 늘은 것이 그 예”라고 말했다.

 나 실장은 “지난해 강원지역에서 발생했던 것과 같은 연쇄 자살 사태를 막으려면 언론 등에서 자살방법 등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을 가급적 삼가고 현재의 어려움을 극복하는데 자살이 대안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일깨워 줘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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