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친 묘 앞에서…대전교도소 살인범 4시간30분 탈주극

부친 묘 앞에서…대전교도소 살인범 4시간30분 탈주극

입력 2010-05-24 00:00
수정 2010-05-24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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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죄로 수감중이던 30대 중국동포가 교도소를 탈주했으나,검거에 나선 교도관들에 의해 4시간30분만에 붙잡혔다.

 비록 탈주범의 추가 범행이 발생하지는 않았지만,교도소의 안이한 수감자 관리와 허술한 초동조치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탈주상황

 24일 오전 8시45분께 대전시 유성구 대정동 대전교도소 후문 밖 10여m 떨어진 구외(교도소 밖)4공장에서 수용자 최모(33.중국동포)씨가 교도관의 눈을 피해 인근 목원대 방향 산 쪽으로 달아났다.

 최씨는 이날 오전 7시30분부터 모범수들이 주로 작업하는 구외공장에서 동료 수용자 30여명과 함께 자루를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는 이날 동료 1명과 물을 마시러 간다며 작업장을 이탈했으며,동료와 단둘이 남게 되자 그를 밀어낸 뒤 2m 높이의 철조망으로 된 담 3개를 뛰어넘어 인근 산으로 도주했다.

 중국에서 밀입국한 최씨는 지난 2000년 12월 서울 남구로역 앞에서 자신을 때리고 도망치는 피해자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뒤 일본으로 밀항했으며,2005년 일본경찰에 붙잡힌 뒤 범죄인인도협약에 따라 한국으로 이송됐다.

 그해 2월 살인혐의로 12년형을 선고받고 대전교도소에서 복역 중이던 최씨는 모범적으로 수용생활을 해 모범수가 아님에도 지난 3월15일부터 모범수들과 함께 구외공장에서 일해왔다.

 그러나 대전교도소는 살인이나 특수강도 등의 강력사건을 저지른 수용자 46명을 관심대상으로 지정,관리하고 있었지만,최씨는 살인 혐의로 복역 중이었음에도 관심대상에서 제외된 상태였다.

 대전교도소 관계자는 “수용자는 식수를 받거나 배식을 받기 위해서만 밖으로 나올 수 있는데 아침에 식수를 받는다며 나와 그 틈을 이용해 도망간 것으로 보인다.”라면서 “담당 교도관은 최씨가 갑자기 달려나가니까 제지하지 못한 것 같다.”라고 말했다.

 당시 30여명의 수용자를 교육하고 감독하는 교도관은 1명뿐이었으며,교도소 철조망의 높이가 2m밖에 되지 않고 그나마 철사가 낡아 군데군데 보수한 흔적까지 눈에 띄면서 수용자 관리가 허술하기 짝이 없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도주경로

 최씨는 20m 구간에 설치된 철조망 3개를 뛰어넘어 교도소 탈주에 성공한 뒤 인근 도로에서 지나가던 택시를 잡아타고 가족들이 있는 경기도 안산으로 향했다.

 탈주범이라는 사실을 숨기려고 수형복 상의를 벗어버린 최씨는 택시기사에게 휴대전화를 빌려 가족과 통화했으며,부친이 사망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는 곧장 부친의 묘가 있는 파주로 이동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4시간여 만인 오후 1시께 파주에 도착했으며,최씨는 파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아무런 검문이나 제지를 받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면서 교도소와 경찰의 미흡한 초동조치가 지적받고 있다.

 교도소 측은 최씨가 없어진 사실을 확인한 지 5분 뒤인 오전 8시50분께 경찰서에 도주사실을 통보했다고 설명하고 있지만,경찰은 오전 9시에 첫 신고를 받은 뒤 관할 파출소와 형사기동대 등에 출동 지령을 내린 것으로 밝혀졌다.

 대전경찰은 교도소의 신고를 접한 뒤 오전 9시7분께부터 교도소 인근 유통단지 앞 사거리를 시작으로 인근 목원대 주변 야산,유성.북대전 나들목 등지에 200여명의 인력을 배치했으나 최씨는 이미 대전권을 빠져나간 뒤였다.

 또 충남경찰도 뒤늦게 오전 9시45분부터 고속도로 나들목 주변 등 161곳에 400여명의 인력을 배치했으나 최씨를 검문하지 못했다.

 경찰관계자는 “교도소 측의 신고 시간이 최초 발견 시간보다 15분 정도 지연됐다.”라며 “15분이면 인근 서대전나들목으로 충분히 도주하고도 남을 시간이었으나,교도소 측에서 야산으로 도주했다고 신고하면서 야산 수색에 인력이 집중됐다.”라고 설명했다.

 ●탈주배경 및 검거

 최씨는 지난 22일 면회 온 가족들로부터 ‘부친이 위독하다.’라는 말을 듣고 탈주를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최씨는 이날 아침 “아버지를 뵙고 싶다.내일 낮 12시까지 들어오겠다.아버지 이름을 걸고 약속하겠으니 추적하지 말아달라.”는 내용이 담긴 2장짜리 편지글을 교도소장에게 남겼다.

 경찰관계자는 “연고지 수사 결과 3~4일전 숨진 최씨 아버지가 최씨를 많이 사랑했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라며 “최씨가 아버지를 그리워해 탈주했을 가능성이 크다.”라고 전했다.

 최씨가 탈주하자 교도소 측과 경찰은 연고지에 수사관을 급파했으며,이날 오후 1시15분께 경기도 파주시 광탄면 용미리 공원에서 자신의 아버지 묘에 있던 최씨를 검거했다.

 교도소 측은 “검거 당시 최씨는 부친의 묘에서 절을 하고 있었다.”라며 “아무런 반항 없이 순순히 검거에 응했다.”라고 전했다.

 교도소 측은 최씨를 의정부교도소로 옮겨 정확한 탈주경위 등을 조사하는 한편 조사가 끝나는 대로 대전교도소로 이송한다는 방침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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