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령 “지금 예술교육은 ‘입시 레슨’”

이어령 “지금 예술교육은 ‘입시 레슨’”

입력 2010-05-25 00:00
업데이트 2010-05-25 13:40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장이모우 감독이 연출한 베이징올림픽 개·폐막식 공연과도 절대 바꾸지 않겠다.”

 25일 서울에서 막을 올린 유네스코 세계문화예술교육대회 조직위원장을 맡은 이어령 전 문화부장관이 개막식에서 선보인 국내 최초의 4D 디지로그 아트 공연 ‘서울 무지개-2010 색깔의 꽃과 새 그리고 물고기를 위하여’를 두고 한 말이다.

 이 작품은 한국 전통예술과 첨단 디지털 기술의 만남을 시도했다.

 디지털 공간의 가상현실과 현실의 아날로그 공간을 이어 새로운 인터페이스를 만들어낸 디지로그(Digi-log) 아트.

 세계 어느 나라 타악기보다도 아날로그 특성이 강한 사물놀이 연주에 4D 홀로그램을 이용해 환상적인 장면을 입혔다.

 지진으로 붕괴한 도시를 통해 국가와 사회제도,환경이 붕괴한 모습을 담은 ‘붕괴’,아리랑과 살풀이로 죽은 영혼을 기리는 ‘진혼’,예술의 힘으로 대지를 다시 일깨우는 ‘재생과 순환’,전쟁과 기아,편견의 역사가 생명의 나무를 쓰러뜨리는 ‘다양성과 갈등’,소리와 사물놀이가 어우러진 ‘화해와 통합’으로 짜였다.

 2010가지 색깔의 무지개와 꽃,물고기로 변해 바다로 뛰어드는 새.작품 전체가 온통 상상력으로 가득 찼다.

 기획과 대본을 맡은 이어령 조직위원장은 개막 브리핑에서 “우리 민족은 옛날부터 물고기가 바람을 물결 삼아 하늘을 나는 풍경(風磬)을 보면서 엄청난 상상력을 키워 왔다”며 “이런 경험은 창조적이고 무한한 예술적 감수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디지로그 아트를 이렇게 자신 있게 할 수 있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지만 아직은 유치원 수준이라 할 수 있다.올해 G20 정상회의와 2012년 여수박람회 때는 한 차원 높아진 공연을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홀로그램 등 핵심 기술은 아직 영국에 의존해 국산화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어렸을 때부터 별별 예술교육을 다 시켜서 아이들의 공연 수준은 세계 최고지만 일반인의 예술교양과 감수성의 세계는 최하위권”이라고 꼬집었다.

 현재는 진정한 예술교육이 아니라 대학입시를 위해,사회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또다른 형태의 입시교육이라는 게 이 위원장의 진단이다.

 그는 “지금까지 예술교육이 남을 이기기 위해 뒤에서 떼미는 ‘푸쉬형’이었다면 앞으로는 아이 스스로 밤새 연습에 빠질 정도로 예술적 감수성을 일깨워 주는 ‘풀형’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예술교육이 단순히 예술에서 그치지 말고 과학 등 다른 분야와 접목되고 조화를 이뤄야 하고,경쟁체제 속에서 예술만 잘하는 ‘넘버원’이 아니라 개개인이 다양한 분야에서 예술적 독창성을 가진 ‘온리 원’이 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세계 각 지역을 상징하는 2천10벌의 티셔츠를 경매 방식으로 판매해 수익금 전액을 결핵에 시달리는 아이티 난민들에게 지원할 계획”이라며 “이 행사를 통해 붉은 티셔츠가 온 국민을 하나로 이어주는 우리만의 ‘티셔츠 네트워크’를 느껴 볼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많이 본 뉴스
공무원 인기 시들해진 까닭은? 
한때 ‘신의 직장’이라는 말까지 나왔던 공무원의 인기가 식어가고 있습니다. 올해 9급 공채 경쟁률은 21.8대1로 3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공무원 인기가 하락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낮은 임금
경직된 조직 문화
민원인 횡포
높은 업무 강도
미흡한 성과 보상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