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범용사에 듣는다] 해군 해난구조대 박석천 원사

[모범용사에 듣는다] 해군 해난구조대 박석천 원사

입력 2010-06-16 00:00
업데이트 2010-06-16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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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도 해군… 목숨 걸고 천안함 구조”

“(천안함)장병들의 가족들을 만났을 때 제 아들도 해군이라고 말씀드렸더니, 그제서야 마음을 열어주시더라구요.”

서울신문과 국방부가 선정한 국군모범용사인 해군 해난구조대(SSU) 박석천(48) 원사는 천안함 탐색·구조작전 중 사선(死線)을 넘나들며 활동한 점을 공로로 인정받았다. 당시 상황에 대해 묻자 “제 아들도 해군 음파탐지(음탐) 부사관으로 교육받고 있다.”는 말로 답변을 대신했다. 전우면서 자식 같은 천안함 장병들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표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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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천 원사
박석천 원사
●함미부분 잠수 감독관 맡아

박 원사는 지난 3월26일 천안함이 침몰하자 SSU대원들과 함께 출동 명령을 받고 선발대로 백령도에 도착했다.

사흘 전부터 훈련 중이였던 터라 피로가 물밀 듯 몰려왔지만 쉴 겨를이 없었다. 물속에 있을 전우들을 생각하면 숨 쉬고 있는 것만으로도 사치를 누리고 있다는 생각에서다. 구조작전이 기상악화와 빠른 조류로 지연되면서 17년 전의 악몽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1993년 발생한 ‘서해훼리호’ 침몰 사고였다. 당시 대원들과 함께 침몰 현장에서 292구의 시신을 수습한 까닭이다.

이 끔찍한 기억 때문일까. 작전이 진행되는 동안 내내 마음이 무거웠다. 규정을 어기고 계속 잠수사들을 내려보냈다. 26년간 잠수사로 온갖 사고현장을 누볐지만 이번만큼 감압 챔버(잠수병을 막기 위해 잠수요원들을 치료하는 장비)를 많이 사용한 적이 없었다. “저희 대원들, 물속에 있는 전우들을 생각하면서 목숨 걸고 뛰어들었습니다. 힘들었던 건 주어진 임무에 따르는 부수적인 일에 불과했습니다.”

박 원사는 탐색·구조작전에서 함미부분 잠수 감독관을 맡았다. 물위로 올라오는 물방울을 보고 조류의 속도와 잠수사들의 상태를 체크하기도 하는 고도의 노하우가 필요한 업무다. 잠수사들의 생명을 책임지고 있는 셈이다. 그런 만큼 수십년의 잠수사 경력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물속에서 잠수사가 호흡을 하면 조류에 밀려 물위로 올라오는데 그걸 보고 조류 방향을 알 수 있습니다. 썰물이냐, 밀물이냐도 파악할 수 있고 시간까지 체크하는데 모두 잠수사들의 안전을 책임지는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는 함미부분 탐색을 하고 올라온 잠수사들로부터 세밀한 부분까지 자세히 설명을 들었다. 다음 잠수사를 내려 보낼지 여부는 먼저 탐색을 마친 잠수사들로부터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전우들이 있는 함미부분이 함수부분보다 인양이 늦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마음이 불안했다. 하지만 다행히 함미부분이 먼저 인양됐다. “무엇보다 전우들의 시신을 빨리 수습할 수 있다는 마음에 저도 모르게 눈시울이 뜨거워졌습니다.”

●선체 인양 과정서 경추 다쳐

탐색·구조 작전을 하던 중 박 원사는 부상을 입었다. 천안함 선체 일부를 인양하는 과정에서 경추를 다쳐 한쪽 손에 마비 증상이 나타났다. 물리치료를 통해 회복 중이라는 그는 “군인은 사명감을 갖고 최선을 다한다.”며 부상에 대한 얘기를 더 묻지 못하게 했다.

제주도가 고향인 박 원사는 4형제 중 막내로 자랐다. 가정형편이 어려워 대학을 포기하고 스무살이던 1982년 해군에 입대했다. 처음에는 함정 근무를 하다가 1984년부터 SSU와 인연을 맺었다. 아들 용수(20)씨는 해군 병사로 동해함대에서 생활하다가 부사관에 지원했다. 진해에서 음탐하사 교육을 받고 2주 뒤 실무에 배치된다.

한편 ‘제47회 국군모범용사 초대 행사’에 초청된 육·해·공군, 해병대 부사관 60명과 배우자들은 15일 오전 국립현충원을 참배한 뒤 국가정보원을 견학했다.

오이석기자 hot@seoul.co.kr

2010-06-16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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