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시민검증 시대 열렸다”

전문가들 “시민검증 시대 열렸다”

입력 2010-08-30 00:00
수정 2010-08-30 13:36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뉴미디어로 시민들 정보교환…실증적 접근 사회적 검증망 더 촘촘해져

 김태호 총리 후보자의 낙마는 시민사회가 인터넷과 디지털 기술의 발달에 힘입어 공직자를 직접 검증하는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렸음을 보여준다는 게 각계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이미지 확대


 각종 인터넷 포털 사이트와 블로그,스마트폰 등 뉴미디어를 통한 시민 간 정보 소통과 의견 교환이 종전보다 더욱 활발해지면서 공직자를 포함한 공인을 시민사회가 직접 검증하는 ‘시민 검증’ 시대로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이런 현상을 놓고 철학자인 탁석산(52) 한국외대 교수는 ‘새로운 세상’이란 표현까지 썼다.더욱 촘촘해진 사회적 검증망 덕에 신(新)검증 체제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는 것이 탁 교수의 진단이다.

 탁 교수는 김 총리 후보자 등이 이런 신검증의 그물망에 걸려 사퇴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라며 이는 완전히 새로운 세상이 열렸음을 의미한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김 후보자 관련 의혹을 인터넷 공간에서 지켜봤다는 탁 교수는 “실증적인 시대가 도래했다”고 정의하기도 했다.

 그는 “이제 사람들은 미사여구나 거대담론,추상적 이야기에 함몰되지 않는다”며 “복잡한 현대에선 무엇보다 ‘단순명료한 사실의 실증’이 힘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탁 교수는 이러한 현상을 몰고온 주요 배경으로 인터넷의 등장을 꼽았다.

 1970∼80년대만 해도 신문이나 방송에 나온 것을 시민사회가 그대로 믿을 수밖에 없었지만 이제는 블로그에 특정 이슈나 문제를 정확히 제기하면 사회적 공론화가 가능하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한규섭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도 사회적 소통에서의 인터넷의 힘에 주목하면서 탁 교수의 견해에 동조했다.그는 김 총리 후보자 문제가 인터넷을 통해 사회적 공론화를 거치면서 시민사회의 여론이 이성적으로 형성됐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한 교수는 “이번 일(김 후보자 사퇴)만 놓고 본다면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인터넷을 통한 여론의 유통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발전했다.예전에는 한 상대를 감정적으로 꾸짖거나 했다면 이번 시민 검증은 이성적 차원에서 이뤄졌다”고 평가했다.

 그는 ‘타블로 의혹’을 예로 들며 시민 검증의 긍정적인 면을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일부 네티즌이 제기하는 타블로에 대한 의혹 공방을 보면 부정적인 모습도 보이지만 타블로를 공격하는 논리나 증거에 납득하지 못한 다수의 네티즌이 역으로 비판의견을 내놓으면서 추문이 일방적으로 커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는 “3∼4년 전만 해도 이런 모습을 발견할 수 없었는데 시간이 지나고 여러 차례 사건을 겪으면서 여론과 시민이 성숙해지는 과정에 있다고 볼 수 있다.앞으로도 이런 일을 거듭하면서 더 성숙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민사회의 검증이 갈수록 성숙하거나 진화한다는 것인데 이런 전망에는 사회 분석가로 통하는 참여연대 안진걸 사회경제국장이 가세했다.

 안 국장은 “인터넷을 통한 의혹 제기 등은 국회 청문회가 ‘국민 청문회’로 발전·진화하는 과정이라고 본다”며 “사회가 발전하면서 의원이 간접적으로만 검증하는 게 아니라 관심 있는 국민이 직접 검증하는 시스템이 형성됐다”고 분석했다.

 공직자나 예비 공직자의 각종 불법행위나 비리,거짓말 등과 같은 결격사유가 있으면 국민이 어떤 식으로든 알아내고 이를 공론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안 국장은 “제도적 검증은 대충 통과해도 국민적 검증·평가는 꼼꼼하게 혹독하게 이뤄질 것”이라며 “부적격자는 앞으로도 더 발붙이기 어렵게 되고 공직에는 국민이 납득할 만한 사람들만 나오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공인에게는 전문성뿐 아니라 현재보다 더 엄격한 도덕성도 요구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임현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제는 경력과 전문성만 있으면 되는 시대가 아니다.도덕성도 중요해졌고 공직자 등 모든 사람에 관한 정보가 투명해졌다.거짓말을 하면 바로 탄로가 난다”고 강조했다.

 여성 산악인 중 세계 최초로 히말라야 8천m급 14좌를 모두 올랐다고 선언한 오은선씨의 칸첸중가 등정 의혹도 오씨가 진실을 얘기했는지를 둘러싼 ‘도덕성 공방’에서 비롯된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게 탁 석산 교수의 견해다.

 탁 교수는 “예전엔 14좌를 여성 최초로 등정했다고 하면 ‘한국에 자랑스러운 일’이라고만 생각했을 사람들이 이제는 올랐다고 한 그 사실이 진짜인지부터 궁금해 한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인터넷 등 뉴미디어의 속도감 때문에 정보가 제대로 검증되지 못할 때는 근거 없는 유언비어 확산에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경고도 잊지 않았다.

 안진걸 국장은 “시민이 검증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적극적 시민의식의 발현이지만 부정확한 정보에 의한 과잉을 조심해야 할 필요도 있다”고 역설했다.

연합뉴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