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필용 사건은
지난 1973년 4월, 절대 권력을 누리고 있던 박정희 대통령의 총애를 받아 군내 실력자로 군림하던 윤필용 수도경비사령관이 전격 구속된다. 그를 따르던 장교들과 함께 쿠데타를 모의한 혐의를 받았기 때문이다.사건은 윤 사령관이 당시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이후락 중앙정보부장 등 박 대통령의 측근들과 함께 한 만찬 자리에서 이 부장에게 “각하의 후계자는 형님이십니다.”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게 발단이 됐다.
이 말 한마디는 제4공화국의 권력지도를 바꿔놓았으며 이른바 ‘윤필용 사건’으로 오늘날까지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다.
1949년 육군사관학교 8기로 임관한 윤 사령관은 1961년 박정희 최고회의 의장 비서실장 대리를 지낸 박 대통령의 측근이었고 군부 내 신진세력인 ‘하나회’의 후원자이기도 했다. 그의 이 같은 발언은 이 부장과의 경쟁관계에 있던 박종규 경호실장을 통해 박 대통령에게 보고됐고 대로한 박 대통령은 강창성 보안사령관에게 철저한 수사를 지시한다.
이 사건으로 윤 사령관은 그해 4월29일 열린 군사재판에서 업무상 횡령과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 등 8개 죄목으로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손영길 수경사 참모장 등 ‘윤필용 그룹’ 10명이 전격 구속돼 1~15년의 징역형을 선고 받았으며 30여명이 군복을 벗었다. 중앙정보부에서도 이 부장과 가까운 ‘울산사단’ 30여명이 구속되거나 쫓겨났다.
그러나 그는 3년 만인 1975년에 석방됐고 1980년 하나회가 주축이 된 신군부가 집권한 이후에는 한국도로공사 사장과 한국전매공사 이사장 등을 역임하기도 했다.
오이석기자 hot@seoul.co.kr
2010-09-13 27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