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엔 쳐다도 안봤는데”…중국산 배추 ‘불티’

“예전엔 쳐다도 안봤는데”…중국산 배추 ‘불티’

입력 2010-10-09 00:00
업데이트 2010-10-09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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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전 8시50분 롯데마트 서울역점 입구.

 닫힌 셔터 바깥쪽에 장바구니를 들거나 카트를 앞세운 채 줄지어 선 100여 명의 쇼팽객이 롯데마트 직원이 나눠준 번호표를 받아쥐었다.

 중국에서 들어온 배추를 사기 위해서다.

 이들은 롯데마트가 국산 배추 시세의 절반 이하인 포기당 2천500원에 중국산 배추를 판매한다는 소식을 듣고 부랴부랴 아침쇼핑에 나선 사람들이다.

 새벽부터 기다린 끝에 1번 번호표를 받았다는 조진행(73.여) 씨는 “그동안 배춧값이 비싸서 열무나 얼갈이배추로 김치를 담가 먹다가 오랜만에 통배추를 사러 왔다”고 했다.

 그는 “한 사람한테 3포기씩만 판다고 해서 며느리,손녀까지 데리고 나왔다”고 귀띔했다.

 적지 않은 쇼핑객이 조 씨처럼 1인당 3포기만 한정 판매하는 점을 염두에 두고 다른 가족을 동행해 마트를 찾은 듯 보였다.

 오전 9시 정각에 문이 열리자마자 사람들은 바삐 매장으로 들어가 앞서 받았던 번호표를 내밀고 매장 직원이 건네는 3포기짜리 한 망씩을 챙겼다.

 이렇게 10여 분 만에 롯데마트 서울역점이 이날 매물로 확보한 물량의 절반인 300여 포기가 자취를 감췄다.

 어렵사리 받아든 배추 세 포기를 툭툭 치며 환히 웃은 이혜자(71.여) 씨는 “예전에는 중국산 배추는 쳐다보지도 않았는데 국산 배추가 워낙 비싸니 할 수 없다”며 “그저께 시장에 갔더니 국산 배추 한 포기에 1만8천원이나 달라고 해서 사지 못했는데 중국산이라도 구해 기분이 날아갈 것 같다”고 말했다.

 손님들은 대부분 배추를 받아들자마자 장을 더 보지 않고 계산대로 향했다.

 민영숙(59.여) 씨는 “오늘 일단 3포기를 샀으니 내일 또 와야지...”라며 곧장 계산대로 발길을 돌렸다.

 중국산 배추의 품질과 안전성에 대해 “국산 배추만큼 싱싱하지 않고 물이 많은 것 같아 김치를 담그는 데 적당할지 모르겠다”는 등 불안감을 나타내는 목소리가 있었지만,대체로는 ‘국내에서 검역을 받았다고 하니 믿고 산다’는 반응이었다.

 우영문 롯데마트 채소곡물팀장은 “롯데마트 자체 안전센터의 검사도 거쳤고 식품의약품안전청의 검사를 통과했으니 안전성 부분에서는 안심해도 된다”며 “소비자 반응이 좋아 중국산 배추를 더 들여오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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