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로당 흉기난동범 살해한 노인 실형 모면

경로당 흉기난동범 살해한 노인 실형 모면

입력 2010-10-12 00:00
업데이트 2010-10-12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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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로당에서 흉기 난동을 벌이던 40대 남성을 찔러 숨지게 한 70대 노인이 법원에서 정상이 참작돼 교도소 신세를 모면하게 됐다.

서울서부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김현미)는 11일 국민참여 재판을 열어 살인혐의로 구속기소된 홍모(75)씨에 대해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을 선고하고 석방 조처했다고 12일 밝혔다.

홍씨는 지난 7월10일 오후 1시25분께 서울 서대문구 한 경로당에서 흉기로 노인들을 위협하던 김모(49ㆍ무직)씨를 찔러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기소되자 ‘정당방위라 무죄’라며 국민참여 재판을 신청해 선처를 받은 것이다.

경로당 칼부림 사건은 당일 오후 1시께 노인 10여명이 모여 술을 마시고 화투를 치다 발생했다.

동네 주민 김씨가 화투판에 무작정 훈수를 두다 꾸중을 듣자, 흉기를 들고 나타나 ‘다 죽이겠다’며 한 노인의 목을 조르고 칼날을 목에 갖다댄 것이 화근이 됐다.

모임에 끼었던 홍씨가 먼저 나서서 말렸지만 김씨에게 붙잡혀 배를 한차례 찔리고 일행의 도움으로 풀려났다.

김씨가 다른 노인에게 왼손을 붙잡힌 상태에서 다시 달려들려 하자 홍씨는 땅에 떨어져 있던 흉기를 주워들고 김씨의 배 등을 찔러 숨지게 했다.

김씨는 사건이 일어난 경로당에 방을 얻어 혼자 살았으며, 예전에도 특별한 이유 없이 종종 노인들을 폭행하고 괴롭힌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공판에서 홍씨에게 징역 3∼4년을 구형했다. 김씨가 무기를 잃고 한쪽 팔이 붙잡혀 타인의 목숨을 위협하는 상태가 아니었고, 흉기로 찌른 것은 방어가 아닌 공격에 해당한다는 판단에서다.

피고인 측 변호인은 홍씨의 행동이 정당방위나 불가벌(不可罰)적 과잉방위에 속한다며 시민배심원들에게 ‘상식에 따른 판단’을 호소했다.

불가벌적 과잉방위란 극도의 공포와 불안 상태에서 자신의 목숨을 방어하면 다소 정황상 정당성이 부족하더라도 처벌해서는 안 된다는 것으로 형법 21조3항에 명시되어 있다.

흉기에 찔려 피를 흘리던 홍씨가 이성적 판단을 하기 어려웠고, 경로당 노인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행위를 막으려던 선의(善意)를 고려해야 한다는 논리를 폈으나 시민배심원은 정당방위를 인정하지 않았다.

시민배심원 7명은 평결 결과 ‘6명 유죄ㆍ1명 무죄’ 견해로 변호인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으나, 만장일치로 실형 대신 집행유예를 권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이 칼을 멀리 던지거나 도망 등의 행위를 할 수 있었는데도 흉기로 두 번 찌른 것은 부당한 공격에 대한 소극적 방어로 보기 어려워 유죄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어 “피해자가 먼저 흉기 난동을 부렸고, 피고인이 70대 고령인데다 전과가 거의 없고 피해자 유족이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 등을 고려해 집행유예를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2008년 도입된 국민참여재판은 무작위로 뽑힌 시민 배심원이 피고인의 유죄 여부 등을 판단하는 제도로, 재판부는 이들의 견해를 판결에 수용하지 않으면 별도로 그 이유를 밝혀야 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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