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 식물인간 남편 살려낸 아내

14년 식물인간 남편 살려낸 아내

입력 2010-10-19 00:00
업데이트 2010-10-19 09:52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14년 간호로 ‘장한 배우자상’ 받은 안순희씨

 사단법인 한국지체장애인협회(중앙회장 김정록)는 18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연 ‘2010 전국 중증장애인 배우자 초청대회’에서 ‘장한 배우자상’(보건복지부장관상)을 주부 안순희(44)씨에게 시상했다.

 안씨는 교통사고로 식물인간이 된 남편 고외택(48)씨를 14년 동안 간호하며 건강을 되찾게 한 인고와 노력이 주최 측의 주목을 끌어 수상자로 선정됐다.

 기자가 19일 그녀를 찾아 수상소감을 묻자 “상을 받는다는 사실이 솔직히 별로 기쁘지는 않았어요.그 시기를 되돌아보는 것 자체가 너무 힘들거든요”라며 금세 눈시울을 붉혔다.

이미지 확대
식물인간 남편 살린 ‘장한 아내’ 안순희 씨 18일 사단법인 한국지체장애인협회(중앙회장 김정록) 주최 ‘2010 전국 중증장애인 배우자 초청대회’에서 ‘장한 배우자상’(보건복지부장관상)을 받은 안순희(44.여)씨와 남편 고외택(48)씨.  교통사고로 식물인간이 된 남편을 2년여 동안 간호해 건강을 되찾게 한 안씨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마른 하늘에 날벼락 같다는 말로도 표현하기 어려운 시간이었지만 작은 것에도 감사하자고 스스로를 위로하며 이겨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식물인간 남편 살린 ‘장한 아내’ 안순희 씨
18일 사단법인 한국지체장애인협회(중앙회장 김정록) 주최 ‘2010 전국 중증장애인 배우자 초청대회’에서 ‘장한 배우자상’(보건복지부장관상)을 받은 안순희(44.여)씨와 남편 고외택(48)씨. 교통사고로 식물인간이 된 남편을 2년여 동안 간호해 건강을 되찾게 한 안씨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마른 하늘에 날벼락 같다는 말로도 표현하기 어려운 시간이었지만 작은 것에도 감사하자고 스스로를 위로하며 이겨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그는 대회 자료집에 실은 ‘행복의 터널’이라는 제목의 수기에서 “마른하늘에 날벼락 같다는 말로도 표현하기 어려운 ‘사막의 시간’이었다”고 그간의 어려움을 전했다.

 못 제조회사에 다니던 안씨의 남편은 14년 전 몰던 차가 중앙선을 침범한 버스와 부딪히면서 뇌를 다쳐 1급 지체장애인이 됐다.

 의식도 없이 코에 연결된 호스를 통해 영양죽으로 연명하던 남편이 2년 만에 휠체어를 타고 거동할 수 있을 정도가 된 것은 안씨의 극진한 간호 덕분이었다. 당시를 버틸 수 있었던 힘이 어디서 나왔는지 묻자 안씨는 “더는 못 살겠다 싶어 ‘어떻게 죽을까’라는 생각만 하던 어느날 IMF 체제로 많은 사람이 자살을 택한다는 뉴스를 봤다.그걸 보고 작은 것에도 감사하자고 스스로를 위로했다”고 말했다.

 병원에서도 ‘가망이 없다’고 할 정도로 남편의 상태는 좋지 않았고,시어머니와 갈등으로 마음마저 힘들었지만 안씨는 포기하지 않았다.

 안씨는 “남편이 먹을 미음과 아이들 밥을 챙겨 주다 보면 앉아 있을 틈도 없었다”고 했다.안씨의 이런 눈물겨운 노력으로 2년여 후 고씨는 점차 의식을 되찾았고,목에 연결돼 있던 호스를 제거하고 나니 간단한 말도 할 수 있게 됐다.

 안씨 가족은 올해 사고 이후 처음으로 강원도 영월로 2박3일 가족여행을 다녀오기도 했다.안씨는 “TV프로그램 ‘1박2일’에 나오는 코스를 따라가 보고 래프팅도 해봤다.여행에서 찍은 사진을 볼 때마다 뿌듯하고 자랑스럽다”며 밝게 웃었다.

 현재는 활동보조 도우미의 도움으로 남편을 돌보기가 예전보다 수월해졌지만,안씨는 여전히 장애인에 대한 지원이 턱없이 부족함을 느낀다고 했다.

 그는 “이제는 나도 집 밖에 나가서 일하고 싶은데 그러기에는 아직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도로에 턱이 너무 많아 휠체어를 탄 지체장애인들이 원하는 곳을 다니기에도 힘들다”며 장애인 관련 복지 제도 개선을 소망했다.

 연합뉴스
많이 본 뉴스
최저임금 차등 적용, 당신의 생각은?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심의가 5월 21일 시작된 가운데 경영계와 노동계의 공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올해 최대 화두는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 적용’입니다. 경영계는 일부 업종 최저임금 차등 적용을 요구한 반면, 노동계는 차별을 조장하는 행위라며 반대하고 있습니다. 당신의 생각은?
찬성
반대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