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코앞 출입국 관리 허점
서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일주일 앞두고 국내외에 테러비상이 걸린 가운데 테러용 폭발물인 일명 ‘더티밤’(dirty bomb)을 제조할 수 있는 방사성 물질을 국내로 밀반입한 베트남인들이 경찰에 붙잡혀 출입국 관리에 허점이 드러났다.경기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5일 사기도박 목적으로 방사성 물질을 밀반입해 유통한 혐의로 베트남인 E(33)를 구속하고 일당 1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사기 도박꾼들 사이에서 방사성 물질이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유통경로를 추적 중이다.
지난달 말쯤 시흥 등의 농가를 빌려 도박장을 운영한 이들을 검거해 조사하는 과정에서 베트남인들이 방사성 물질을 밀반입해 사기도박에 이용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들은 베트남식 도박인 속칭 ‘쇽리아’ 도박장에서 사기도박에 이용할 목적으로 소지와 사용, 보관 등이 금지된 방사성 물질(지름 3㎜, 두께 0.2㎜) 12점을 커피박스에 부착해 소지해온 혐의를 받고 있다.
압수한 방사성 물질은 베타선 방출 물질로 나무나 플라스틱은 투과하지 못하고 인체에 유해하나 극미량으로 심각한 정도는 아니라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그러나 TNT 등 폭발물과 함께 폭발하면 방사능 누출에 의한 피해가 장기간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테러용 폭발물인 더티밤으로 활용될 수 있다.
E씨 등은 이 방사성 물질을 ‘쇽리아’ 도박도구인 바둑알만 한 종이 칩에 넣어 사기도박에 사용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쇽리아’ 칩에서 방출되는 방사능을 사제 검측기를 이용, 방사능 유출 반응 정도에 따라 홀짝을 감지하는 방법으로 사기도박을 벌인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E씨 등에게서 베트남인들이 이 방사성 물질을 손가방에 담아 인천공항을 통해 국내로 들여오고 있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유통경로와 판매책, 밀반입책 등을 수사하고 있다.
더티밤은 방사성 물질과 고폭이 결합된 대량혼란무기로, 위력 자체는 크지 않지만 방사성 누출에 의한 피해가 장기간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수 있어 핵테러 폭발물로 분류된다. 미국 정부는 2002년 더티밤을 이용한 알카에다 테러 혐의자를 검거한 바 있다.
김병철기자 kbchul@seoul.co.kr
2010-11-06 10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