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완 태권도선수 실격패… 反韓감정 확산 왜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태권도선수 양수쥔(楊淑君)이 실격패 판정을 받으면서 확산되고 있는 타이완 내 반한(反韓) 감정과 관련, 주타이완 한국대사 격인 구양근 타이베이(臺北) 대표부 대표는 21일 서울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1992년 한·타이완 국교 단절에 대한 앙금과 양수쥔 선수의 금메달 순애보를 기대했던 민심이 복합적으로 작용, 폭발한 것 같다고 진단했다.→현지 상황이 얼마나 험악한가.
-시민들이 총통 청사 앞에서 태극기를 찢고 계란을 던지고 한국 상품 불매 운동을 외치고 있다. 한국 교민들에게 비상연락망을 돌려 공공장소에서 언행을 조심하는 등 신변 안전에 각별히 주의하라고 당부했다. 타이완 경찰이 대사관과 한국학교에 대한 경비를 강화했다.
→우리 잘못도 아닌데 왜 한국에 분노를 표출하나.
-아무래도 1992년 국교 단절에 대한 앙금이 남아 있는 것 같다. 타이완 사람들이 평소에는 이렇지 않았다. 내가 얼마 전에 1992년 당시 타이완 외무장관이었던 분을 식사에 초청했는데 그 얘기(국교 단절)를 꺼내면서 이해해 달라고 했더니 “지나간 일을 갖고 왜 그러느냐. 신경쓰지 말라.”고 하더라. 그랬는데 이 사건이 터진 걸 보니 마음속으로는 뭔가가 남아 있었던 것 같다.
→경기 심판을 한국 사람이 본 것도 아닌데.
-그래도 이 사람들은 세계태권도연맹 위원장과 부위원장이 다 한국 사람이고 필리핀 심판도 한국계라면서 비난한다.
→왜 하필 태권도 경기에서 이런 불상사가 빚어졌다고 보나.
-태권도가 타이완에서는 엄청난 인기 스포츠다. 유단자만 10만명 가까이 된다. 한국 다음으로 태권도 인구가 많은 나라일 것이다. 메달밭이었기 때문에 타이완 사람들이 더 폭발한 것 같다. 또 양수쥔 선수가 인기 스타로 확실한 금메달 후보였는데, 좌절되니까 상실감이 더 큰 것 같다. 특히 양수쥔이 실격당했을 때 같이 부둥켜안고 운 코치가 그녀의 약혼자인데, 금메달 따면 그 기념으로 프러포즈할 거라고 해서 타이완 사람들이 감동적인 장면을 고대했던 것도 사건을 확산시키는 데 일조한 것 같다.
→언제쯤 파문이 가라앉을 것으로 보나.
-19일이 절정이었다. 모든 신문과 방송이 톱기사로 도배했다. 주말에는 좀 누그러질 줄 알았는데 여전히 시끄럽다. 5개 직할시 시장과 시의원 선거가 끝나는 27일까지는 갈 것 같다.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2010-11-22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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