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난 나왔는데 찜질방 가 있으라고?”

“피난 나왔는데 찜질방 가 있으라고?”

입력 2010-11-25 00:00
업데이트 2010-11-25 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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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진군청 임시 대피소 논란

“피난 나온 사람들한테 찜찔방 가라니요.” 24일 오후 3시. 100여명의 연평도 주민들이 인천 옹진구청으로 몰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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찜질방으로 휴식 취하는 연평 주민들      (서울=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 북한의 연평도 포격으로 피난민이 된 연평도 주민들이 24일 오후 해경선을 타고 인천에 도착, 임시 대피시설인 시내 찜질방에서 이야기를 하며 휴식을 취하고 있다.
찜질방으로 휴식 취하는 연평 주민들
(서울=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 북한의 연평도 포격으로 피난민이 된 연평도 주민들이 24일 오후 해경선을 타고 인천에 도착, 임시 대피시설인 시내 찜질방에서 이야기를 하며 휴식을 취하고 있다.


이날 오후 1시 두척의 해양경찰 경비함을 타고 연평도를 빠져나온 피난민들이다. 매캐한 화약내가 진동하는 ‘전쟁터’를 피해 육지로 탈출해 왔지만 이들을 기다리는 건 군청 직원들의 “일단 찜찔방에 가 있으라.”는 말뿐이었다. 전기도, 물도 없는 대피소의 찬 바닥에서 밤을 새우고,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운 주민들의 마음이 상처로 얼룩졌다.

최전방 영토를 삶으로 지키다 북한군 포탄에 집이 부서지거나 불 타 없어졌지만 피해 보상에 대한 언급은 한마디도 없었다. 당국의 ‘탁상행정’에 주민들이 분개한 것이다.

오후 2시. 인천 해경부두에 도착한 연평도 피난민들은 옹진군청 직원들과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군청으로 가자는 주민들의 요구에 한 군청직원이 “군청에 가도 별 수 없다. 일단 찜질방으로 가시라.”고 종용한 게 발단이 됐다. 군청에서 준비한 버스 기사까지 나서 “군청으로는 갈 수 없다.”며 주민들의 군청 행을 가로막았다.

연평도에서 30년 넘게 어업을 해 온 김귀진(65)씨는 “한가하게 찜질이나 하라는 거냐.”라며 “일단 흩어져 있으라는 것 같아 불쾌하다.”고 말했다.

이번 폭격으로 집과 식당이 전소된 이향미(33여)씨는 “배를 곯며 밤을 새웠는데 식사 한끼 안 주는 군청을 이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군청 관계자는 “인천에 친지가 없어 갈 곳 없는 주민들에게 임시 거처를 마련하기 위한 것”이었다며 “주민들의 의견을 적극 수렴하겠다.”고 밝혔다.

김양진기자 ky0295@seoul.co.kr
2010-11-25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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