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무급 휴직자들…끝없는 고통의 나날

쌍용차 무급 휴직자들…끝없는 고통의 나날

입력 2011-03-03 00:00
업데이트 2011-03-03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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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직자 대부분 ‘막노동’…1년사이 13명 사망

”막노동이라도 해야 입에 풀칠할 수 있지 않겠어요?”

2009년 8월6일 쌍용자동차 평택공장의 77일간 진행된 파업이 노사간 타협으로 마무리된 뒤 1년7개월째 무급휴직자 생활을 하고 있는 전모(42)씨.

전 씨는 평택시 송탄에 있는 빈병 수거업체에서 하루 7만원을 받고 수개월째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병을 분리하는 일을 해오고 있다.

초등학교 5년생 아들과 5살 된 딸을 둔 전 씨의 아내도 지난 2일부터 맞벌이를 시작했다.

무급 휴직 이후 늘어난 은행빚은 5천만∼6천만원으로, 남들처럼 아들을 학원에 보내는 건 감히 꿈꾸지도 못할 일이다. 일당을 모아 생활비와 은행 이자로 충당하기에도 버겁다.

전 씨가 일하는 업체에서는 전씨의 동료인 무급 휴직자 5명과 해고자 5명이 함께 서로를 의지하며 힘겨운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1989년 쌍용차 입사 후 20년만인 2009년 8월 무급 휴직자로 전락한 윤모(51)씨도 지인의 도움을 받아 가로등과 신호등 보수업체에서 월 180만원을 받으며 일하고 있다.

일거리가 없어 월급을 받는 것이 미안하지만, 월 25만∼26만원의 은행빚(4천500만원) 이자와 대학에 다니는 두 딸의 학자금 마련을 위해 염치불구하고 버티고 있다.

유 씨는 “가끔 동생(무급 휴직자들)들과 통화를 하는데 대부분이 현장의 막노동을 하고 있다”며 “너무나 힘든 생활 때문에 (동생들이)울면서 전화할 때가 잦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처럼 456명의 쌍용차 무급 휴직자들은 과수원이나 건설현장에서 막노동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이곳저곳에 취직을 하려 해도, 쌍용차 근무경력으로 인해 입사를 통제받고 있기 때문이다.

’무급 휴직자에 대해서는 1년 경과 후 생산물량에 따라 순환 근무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며, 앞으로 경영상태가 호전돼 신규 인력 소요가 발생하는 경우, 공평하게 복귀 또는 채용한다”는 2009년 8월 노사 합의안은 아직 말 뿐이다.

지난 1년7개월간 무급 휴직자 가운데 복직된 휴직자는 단 한 명도 없다.

무급 휴직자와 희망퇴직자에 대한 정부와 지역사회 및 협력업체 등과의 긴밀한 협조를 통한 취업알선, 직업훈련, 생계안정 등 필요한 조치의 적극적인 추진키로 한 약속도 지키지 않고 있다.

쌍용자동차 파업으로 지역경제에 직격탄을 맞은 평택시는 해고근로자에 대한 ‘일자리 창출’과 ‘재취업 노력’ 등 말로만 서비스하고 있을 뿐이다.

전 씨는 “회사에서 무급휴직자를 포함한 전 직원에게 보낸 가정통신문 어디에도 복직에 대한 거론은 없었다”며 “과연 무급 휴직자를 직원으로 인정하고 있는지조차 의심스럽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처럼 무급 휴직자들에 대한 문제해결이 장기간 지연되면서 죽음으로 내몰리는 경우는 점차 늘고 있다.

정리해고에 대한 충격으로 2009년 4월부터 뇌출혈, 심근경색 등의 질병과 자살 등으로 인해 사망한 조합원 및 가족은 13명에 이른다.

지난달 26일 무급휴직자인 임모(44세)씨가 집에서 숨진 채 아들에게 발견됐고, 같은달 28일에는 희망 퇴직한 조모(36세)씨가 승용차 안에 연탄불을 피워놓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는 “공장복귀의 염원과 희망이 꺾인 채 2년간의 고통의 시간이 결국 목숨을 앗아가고 있다”며 “사측의 약속 불이행이 죽음으로 몰고 있다”고 지적했다.

평택참여자치시민연대도 “2009년 노사 대타협안이 성실히 이행돼야 한다”며 “1년 무급휴직자의 즉각 복직과 비정규직 문제 해결 등 사측의 성실한 약속 이행만이 억울한 죽음을 막을 수 있고, 지역사회의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며 회사측의 약속이행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쌍용자동차 홍보팀은 “노사합의안에 무급휴직자는 1년 경과 후 복직시킨다는 내용이 있지만 2교대 근무를 할 수 있는 생산물량이 돼야 복직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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