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관리비 100만원 따로받아 강남서 수년간 학원형 불법운영 스타 강사 포함 16명 형사고발
서울 강남의 고등학교에 다니는 A군은 학교를 마치면 곧바로 역삼동의 R 아파트 1층으로 특별 과외를 받으러 갔다. 165㎡ 크기의 아파트를 개조해 강의실 2곳과 개인 자습실을 갖춰 놓은 이곳에서는 강남의 유명학원 스타 강사 출신 강사 10여명이 나와 수리·언어·과학·사회 등 과목별로 족집게 강의를 했다. 90분간의 비밀 수업이 끝나면 전담 강사가 감독하에 자습을 했다. A군은 수리 2과목을 포함해 총 7과목의 수업을 듣는 대가로 매달 900만원의 교습료를 냈고, 자습실 이용료와 인건비를 포함한 학생관리비 100만원을 추가로 냈다.서울 강남의 아파트에서 학원형 불법과외방을 차려 놓고 학생 1인당 매달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1000만원 이상의 교습비를 받아 챙긴 일당이 교육 당국에 적발됐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8월부터 6개월 동안의 추적 끝에 아파트에서 학원식 고액과외방을 차리고 수업을 해온 일당 16명을 붙잡아 지난 2일 서울 수서경찰서에 형사 고발했다고 22일 밝혔다.
불법 과외방을 차린 장본인은 대치동 학원가 스타 강사 출신인 오모(35)씨로, 그는 역삼동의 고급아파트 3채를 빌려 독서실용 책상을 비치한 뒤 수년간 강사 15명과 함께 수업을 해 왔다. 이들 중에는 오씨 외에도 유명학원 출신의 스타 강사 1명도 포함돼 있었다.
오씨 등은 학생 한명당 하루 90분씩 월 8회의 수업을 하는 대가로 수리는 월 170만원, 외국어·언어·사회·과학탐구 등 나머지 과목은 과목당 월 100만원씩을 받았다. 이들은 또 연간 6억원에 달하는 아파트 임대료를 갚기 위해 별도로 자습비 명목으로 학생 한명당 월 100만원씩의 관리비를 따로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시교육청은 지난해 4월 학생 십수명이 매일 밤 아파트를 드나드는 것을 의심스럽게 여긴 아파트 주민의 제보로 조사에 착수했다. 6개월 뒤인 지난해 10월 국세청 직원과 경찰이 과외방에 들어가는 학생을 따라가 현장을 덮쳤다. 교육청 단속반은 강의실에서 확보한 장부를 토대로 불법 과외를 받은 학생 규모와 월 교습료 등을 추궁했지만, 오씨를 비롯한 강사 대부분은 혐의를 부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시교육청은 지난 10월 오씨에 대해 국세청에 세무조사를 의뢰하고, 이달 2일에는 강사를 포함해 16명 전원을 학원법 위반 혐의로 수서경찰서에 형사고발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학파라치 시행과 학원 교습시간 제한 조치 이후 아파트나 오피스텔 등에서 은밀하게 이뤄지는 불법과외가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이달까지 대치동·목동·중계동 등 학원 밀집지역을 중심으로 교육과학기술부와 함께 집중 지도 점검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재헌기자 goseoul@seoul.co.kr
2011-03-23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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