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성금으로 이해 폭 넓혀 독도·교과서 문제 등 현안 긍정적 발전 계기 될 것”

“지진성금으로 이해 폭 넓혀 독도·교과서 문제 등 현안 긍정적 발전 계기 될 것”

입력 2011-03-25 00:00
업데이트 2011-03-25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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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원 日릿쿄대 부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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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원 부총장 서울대 공학부를 중퇴하고 지난 1982년 일본으로 유학해 도쿄대학에서 정치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도호쿠대학 조교수를 거쳐 1997년부터 릿쿄대 법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지난해 부총장에 선임됐다. 미국의 아시아정책과 현대 한국정치 등 국제정치를 주로 연구하고 있다. 저서로는 ‘동아시아 냉전과 한·미·일 관계’ ‘국제정치 강좌’ 등 다수가 있다.
이종원 부총장
서울대 공학부를 중퇴하고 지난 1982년 일본으로 유학해 도쿄대학에서 정치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도호쿠대학 조교수를 거쳐 1997년부터 릿쿄대 법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지난해 부총장에 선임됐다. 미국의 아시아정책과 현대 한국정치 등 국제정치를 주로 연구하고 있다. 저서로는 ‘동아시아 냉전과 한·미·일 관계’ ‘국제정치 강좌’ 등 다수가 있다.


한국인으로 일본 릿쿄대 부총장으로 재직 중인 이종원(58) 교수는 24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동일본 대지진 이후 한·일 간에 놓인 여러 갈등이 상당히 완화되면서 양국 관계가 대립보다는 협조관계로 변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교수는 “일본이 향후 5년 정도는 대지진 피해복구에 몰두해야 하기 때문에 공격적 외교력을 구사할 수 없다.”며 두나라 간에 껄끄러운 부분이 상당히 해소될 것으로도 내다봤다. 그는 “역사 문제 등 양국 간 갈등요인이 근본적으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갈등요인이 중심 문제가 아닌 주변 문제로 축소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이번 동일본 대지진 이후 한·일 관계는 어떻게 될 것으로 보나.

-심리적으로 밀접해졌다. 일본이 고전하고 있으니까 동아시아 문화권에 있는 한국이 일본과 공동체 의식을 느끼고 있다. 그동안 한국은 일본이 다시 공격적인 모습을 나타내는 것에 대한 경계감이 많았는데 공격적인 측면이 약해질 것이다. 실제로 일본도 여러 분야에서 한국을 필요로 한다. 양국 관계는 대립보다는 협조 관계로 변화할 가능성이 높다. 역사를 보더라도 큰 재난을 당하면 인접국가 간의 관계가 대립갈등보다는 협조부분이 많이 나타났다. 양국 간 갈등이 상당히 완화되고 중심 문제에서 주변 문제로 축소될 것이다.

→이번 대지진을 계기로 한국에서 성금이 쇄도하는 등 온정의 물결이 넘치는 현상을 일본에서도 경이롭게 보고 있다. 프랑스 르몽드지는 최근 대지진을 계기로 양국이 더욱 가까워질 것이라는 보도도 했는데.

-한·일 국교정상화가 지난 1965년에 이뤄졌지만 양국 간 보통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만나기 시작한 것은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다. 하지만 불과 23년 만에 양국 사회가 경제뿐만 아니라 사회·문화적으로 급속히 가까워졌다. 이런 토대가 있었기 때문에 한국인의 연대의식이 자연스럽게 솟아 나온 것이다. 한·일관계가 감정적으로 거리가 있었는데 이번 대지진을 계기로 감정적으로 가까워지고 있다.

→기존의 한·일관계 패러다임이 바뀔 수 있나.

-1990년대 이후 한국은 상당히 자신감을 가지고 활동해 왔다. 특히 우리나라 20~30대 젊은이들은 일본 젊은이들에 비해 열등감이 없다. 패러다임이 바뀌는 게 아니라 지금까지 해온 대로 한국이 일본에 대해 당당하고 자신있게 대할 것이다.

→두 나라 국민이 정서적으로 가까워지고 있지만 이번달 말에 문부과학성이 중등 역사교과서 검정과정에서 독도 영유권을 표기할 것으로 알려져 양국관계가 악화될 가능성도 있지 않은가.

-양국 관계가 친밀하더라도 역사와 영토문제 등 현안은 남는다. 문제가 전부 없어지는 게 아니니까 지적을 할 것은 지적하고 외교적으로 대응을 할 것은 대응해야 한다. 일본도 지금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해서 독도 문제 언급을 안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양국 관계가 지금까지는 그런 현안들에 전부 휘둘렸지만 지금은 상대적으로 비중이 축소됐다. 앞으로도 양국 관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협조적 측면이 더 커지고 갈등적 측면은 축소될 것이다.

→‘역사문제는 한두번의 사죄로 해결되는 게 아니다.’라는 말을 한 적이 있는데.

-역사문제는 프로세스(과정)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 역사 인식은 잘 좁혀지지 않는다. 외교적으로 역사인식을 정리한다고 해도 양국 사회에 깔려 있는 개별적인 역사인식은 쉽사리 빠른 시일 내에 정리되지 않는다.

→대지진 이후 일본 정치는 어떻게 변할 것으로 보나.

-현 간 나오토 정권이 대지진 이후 위기관리를 효율적으로 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많다. 민주당은 다음 달 지방선거에서 상당히 고전할 것이다. 아마도 2~3개월 이후에는 민주당 정권에 대한 불신감이 팽배해져 선거나 연립을 통해 정치적 틀을 바꾸려는 움직임이 구체화될 가능성이 높다.

도쿄 이종락특파원 jrlee@seoul.co.kr
2011-03-25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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