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자 재산공개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착잡한 시선

공직자 재산공개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착잡한 시선

입력 2011-03-25 00:00
업데이트 2011-03-25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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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ㆍ대법원ㆍ정부 공직자윤리위원회가 25일 국회의원과 고위 공직자 2천275명의 재산을 공개한 결과 이들중 약 70%가 지난해에 비해 재산이 상당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의원들의 경우 292명중 절반에 가까운 138명의 재산이 1억원 이상 늘었고 중앙부처 1급 이상과 지방자치단체장, 광역의원, 교육감 등의 재산은 평균 4천만원 정도 불었다. 법조 고위직은 210명중 184명(87.6%)이 증가했고 평균 증가액은 1억7천600만원에 달했다. 재산 증가의 주 요인은 부동산 가격과 함께 주가가 동반 상승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빈부 양극화가 심화하고, 물가고와 전세란 등으로 서민 경제는 날로 어려워 공직자들의 재산 증가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착잡하기만 하다.

우리나라에 공직자 재산공개 제도가 도입된 것은 문민정부 당시인 1993년이다. 공직자들이 재임중 뇌물 등으로 축재를 못하게 해 깨끗한 정부를 구현해 보겠다는 취지에 따른 것이었다. 그전까지 공직자들은 재산 등록만 했으나 문민정부 출범과 함께 장차관급 이상 고위 공직자들이 먼저 재산을 자진 공개한 후 그 여파가 정계, 법조계로 이어졌다. 재산 공개후 박준규 당시 국회의장이 사퇴하는 등 공직 사회에 일대 파문이 있었다. 결국 그해 5월 고위 공직자 재산 공개를 의무화한 공직자 윤리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됨으로써 비로소 제도화됐다. 재산 공개결과 적잖은 공직자들이 연고도 없는 곳에 논과 임야 등을 소유하고 있어 투기 의혹을 낳았고 공개한 재산 내역이 시가 보다 현저히 낮은 공시지가나 기준시가로 돼 있어 재산 축소 신고 및 은폐 논란도 끊임없이 일었다. 그럼에도 이 제도는 공직자들이 공직을 이용해 버젓이 축재해온 일부 잘못된 행태에 쐐기를 박음으로써 많은 국민들로 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받아왔다.

공직자 재산공개는 당사자들로서는 자신의 사적인 영역을 낱낱이 밝혀야 한다는 점에서 곤혹스러울 수 밖에 없다. 이에따라 독립적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자식이거나 타인이 부양하는 부모에 대해서는 사생활 침해 소지가 있다는 이유로 재산 등록및 공개를 거부할 수 있도록 돼있다. 그러다 보니 부모나 자녀의 재산을 고지하지 않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들은 재산공개 대상 공직자의 범위를 더 확대하고 직계 존비속 재산도 공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행의 공직자 재산공개 제도가 본래의 도입 취지를 충분히 만족시키고 있는 지는 의문이 많다. 예컨대 돈이나 금으로 뇌물을 받은 공직자가 이를 재산으로 등록할 리 만무하며, 외국 소재 은행에 현금 자산을 묻어두면 공개하지 않는 한 알아낼 수도 없다. 한편으로 공직자들로서는 뇌물을 받지 않는다면 내 재산을 불리는 것이 무슨 문제가 되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그러나 공직자들의 재산이 상식 이상으로 늘었다면 그들의 봉급을 세금으로 충당하고 있는 국민들로서는 고개를 갸우뚱 거리지 않을 수 없다. 공직자들은 재산 증감 사유를 소상히 밝혀 공복으로의 자세를 충실히 보이는 것이 마땅하다. 더구나 나눔의 문화가 널리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엄청나게 재산이 늘고도 사회에 기부한 사례가 별로 없는 점도 아쉬운 부분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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