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득 교수도 ‘4월의 제문’ 발송..학생들 다독여
”죽을 각오로 공부하되 스스로 죽는 나약함은 이겨다오”올해 들어서만 4명의 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한국과학기술원(KAIST)의 이재규 교수가 12일 제자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을 시에 담아 표현했다.
이 교수는 이날 전체 학생들에게 메일로 보낸 시에서 “사랑하는 사람은 사랑하는 사람 잃는 것이 가장 두렵다. 그 사랑 때문에 죽고 싶던 마음조차 살아야 할 이유가 되지 않겠니. 세상이 모두 너를 사랑하지는 않을지라도 너를 사랑하는 단 한사람. 그 얼굴이 있어 네 입가에 미소 짓기를.(후략)”이라며 마음이 약해질 때 주위의 사랑하는 사람을 돌아보고 주변에 힘이 돼줄 것을 권유했다.
이어 “참 교육은 정제된 지식을 배우는 것 만큼 네 뜻과 상관없이 다가온 삶의 무게를 견디는 것도 포함한단다. 수업에서 머리로 배워라. 그리고 삶에서는 가슴으로 배워라. 오늘 하루가 네 배움터이다”라며 배움에 대한 자세를 일깨웠다.
또 “네 주변에 너를 사랑하는 분들이 있다. 그러나 혹 아무도 없거든 내게 오너라. 나를 본 적 없어도 네가 내 제자이기에 운명적으로 너를 이미 사랑한다. 사랑한다 내 아들 딸들아”라며 자신이 힘들어하는 제자들을 위한 그늘이 돼주겠다고 약속했다.
김종득 교수도 이날 ‘4월의 제문’이라는 글을 동료 교수들에게 발송했다.
김 교수는 “유세차…영민한 그대들의 모습을 다시 볼 수 없게 됐기에 슬프고 애닯도다”로 시작하는 이 글에서 “생사의 갈림길에서 그대들이 헤매고 있었을 때 우리는 점수의 노예가 돼있었고 힘없는 방관자로 있었던 것을 후회한다”며 “신자유주의 논리 앞에 그대들을 사지로 몰아넣고 우리의 교육이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는 것도 모르고 있었다니 그저 눈물로 용서를 빌어야 할 뿐”이라고 적었다.
이어 “지금도 생사의 갈림길에서 번민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학생들에게, 전염병처럼 번지고 있는 이 지긋지긋한 죽음의 사슬을 끊고 국가의 대표적인 교육기관으로서 학생들에게 공포와 절망을 벗어나 무엇인가 꿈과 비전을 가져다 줄 희망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김 교수는 이와 함께 서 총장의 학교 운영방식을 비판하면서 “이제 KAIST가 새로운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총장의 마지막 결단이 필요한 때”라고 덧붙였다.
학부총학생회도 이날 홈페이지에 올린 애도의 글에서 “수많은 별이 함께 반짝이며 서로 위로하듯 우리 학생들도 함께 서로를 향한 마음을 공유하며 어려운 시기를 이겨내면 좋겠다”며 “더이상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내는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서로 아껴주고 힘이 돼줘야 할 때”라고 적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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