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유소·편의점까지...젊은이 내쫓은 어른들

주유소·편의점까지...젊은이 내쫓은 어른들

입력 2011-04-23 00:00
수정 2011-04-23 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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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오십시오.” 서울 영등포의 한 주유소에 들어서자 우렁찬 목소리가 들려온다. 재빠르게 차량을 유도해 차가 주유대에 멈추자 머리가 희끗희끗한 점원 정주병(57)씨가 다가와 “얼마나 넣어 드릴까요.”라고 물었다. 목소리는 20대 못지않게 활기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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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년간 청과물시장에서 유통관리 일을 해 온 정씨는 지난해 퇴직한 뒤 이 주유소에 ‘알바’(아르바이트)로 취업했다. 벌써 6개월째 근무 중이다. 정씨는 “무료하게 소일하는 것보다 이렇게 일을 하면 생활에 보탬도 되고 건강에도 좋아 만족한다.”면서 “처음엔 주저했는데 잘 선택한 것 같다.”고 말했다. 주유소 관계자는 “50대 이상의 장년층 아르바이트 구직자가 늘었다.”면서 “젊은 사람들은 언제 그만둘지 몰라 맘이 안 놓이는데 중장년층은 한번 자리를 잡으면 오래 일하는 데다 더 부지런해 선호한다.”고 말했다.

취업난이 가중되면서 젊은 층이 독점했던 아르바이트 현장에서도 조용하게 ‘세대 간 힘겨루기’가 빚어지고 있다. 눈길을 끄는 현상은 50대 이상 늦깎이 ‘알바생’이 늘었다는 점. 주유소·편의점 등 10~20대의 용돈벌이 수단으로 여겨지던 아르바이트가 50대 이상 중장년층의 생계형 일자리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22일 취업포털 알바몬이 월간 신규 이력서 등록현황을 조사한 결과 50대의 경우 3월에만 653건을 등록했다. 4년 전인 2007년 같은 달 121건에 견줘 무려 5.4배로 늘어난 규모다. 같은 기간 20대는 1만 6368건에서 3만 48건으로 1.8배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런 추이는 50대 장년층 구직자의 증가를 반영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50대 취업자 수는 299만 2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79만 2000명에 비해 20만명이나 늘었다. 20대 취업자 수는 같은 기간 366만 7000명에서 358만 1000명으로 8만 6000명이 줄었다. 잡코리아 관계자는 “50대 이상 중장년층은 20대 젊은층에 비해 비교적 성실하고, 서비스 마인드도 좋아 사업주가 선호한다.”면서 “영업 등에서 성과를 거두려면 경험이 풍부한 50대 조기 퇴직자가 제격”이라고 말했다.

최영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고령 취업자 수는 더욱 늘어나 20대의 일자리가 상대적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영준기자 apple@seoul.co.kr
2011-04-23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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