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천 돼지농가 3번째 양성판정…반경 3㎞ 4만마리 추가 백신접종
경북 영천의 돼지 농가에서 최근 닷새 동안 세 차례나 구제역이 발생하는 등 구제역 재확산 조짐이 고개를 들고 있다. 축산 농가들은 잇따른 구제역 양성 판명 소식에 초비상이 걸렸다.농림수산식품부는 지난 21일 경북 영천 도남동의 돼지 농가에서 신고된 구제역 의심증상 어미돼지 네 마리를 대상으로 역학조사를 한 결과 세 마리가 양성으로 최종판명(기존과 같은 O형)됐다고 22일 밝혔다. 정부가 지난 12일 구제역 경보 단계를 ‘경계’에서 ‘주의’로 하향 조정한 뒤 열흘 만에 세 곳에서 구제역이 잇따라 발생한 것이다. 이 농장들은 모두 영천 지역에서 반경 3㎞ 이내에 있다.
정부는 최근 잇따라 구제역이 발생하자 정밀 분석과 함께 향후 대책 마련에 나섰다. 농식품부는 이날 긴급 구제역 관련 TF를 열어 영천 지역 발생 농장을 중심으로 반경 3㎞ 이내에 있는 돼지 4만여 마리(2개월 이하 새끼돼지 제외)에 추가 백신을 접종하기로 했다. 국립수의과학검역원 관계자는 “자가접종 시 피하지방이 많은 엉덩이에 주사하면 항체가 안 생길 수도 있어 기존 주사 방식에 대해서도 면밀히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잇따른 구제역 재발 소식에 축산 농가들은 전국적인 구제역 광풍이 다시 몰아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에 휩싸여 있다. 돼지 90% 이상이 살처분된 경기 포천의 돼지 농가 주인 이모(53)씨는 “다음 달부터 본격적인 재입식이 시작되는데, 농가들이 구제역 발생 소식을 듣고 불안해하면서 입식을 한달 뒤로 미루는 일이 적지 않다.”면서 “백신을 놓은 뒤에도 돼지가 살처분된 농가는 오히려 백신 때문에 돼지가 구제역에 걸렸다는 얘기가 돌 정도로 불신이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영천에 이미 부분 매몰농장이 다섯 군데 있었기 때문에 사람이 암이나 당뇨에 걸리는 것처럼 계속 발생할 수 있다.”면서 “이제 소독만으로는 힘든 단계이기 때문에 백신을 추가로 접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황비웅기자 stylist@seoul.co.kr
2011-04-23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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