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의 난 이전 조성’공동 지갑’ 가능성도
서울남부지검이 수사 중인 수십억원대 금호 일가의 비자금 사건에서 돈의 주인이 누구인지를 놓고 추측이 무성하다.검찰은 금호석유화학이 계열사 및 협력업체와 거래를 통해 수십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한 단서를 잡고 12일 금호석유화학본사와 서울화인테크, 우진포장해운, 골드라인 등 협력업체를 압수수색했다.
당시 검찰의 칼끝은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을 향해 있는 것으로 보였다.
비자금 규모도 비교적 크지 않아 검찰이 속도를 내면 이달을 넘기지 않고 박찬구 회장을 소환조사할 것이라는 예상도 있었다.
그러나 압수수색 후 2주가 지나도록 금호석화 본사의 팀장급 실무자만 검찰 조사를 받았을 뿐 임원급은 한 사람도 불려가지 않는 등 검찰 수사가 예상과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는 분위기가 감지됐다.
여기에 검찰이 금호석화의 계좌를 추적하다 금호아시아나그룹과 관련된 것으로 보이는 차명계좌 10여개를 발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비자금의 주인이 형인 박삼구 회장이 아니냐는 의문이 고개를 들었다.
또 수사 초기 박찬구 회장이 “죄지은 사람은 따로 있을 것이다. 누구인지는 알아서 판단하라”며 형을 겨냥하는 듯한 발언을 한 사실이 뒤늦게 주목받으면서 박삼구 회장 비자금설이 증폭되고 있다.
검찰이 칼끝의 방향을 돌리려는 조짐을 보이자 금호아시아나측은 신중한 태도를 보이면서도 검찰의 의중을 파악하고자 온 힘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금호아시아나측은 “아직 검찰에서 조사받은 바가 전혀 없어 뭐라고 할 수 없다. 검찰 수사를 지켜보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입장을 밝혔다.
검찰이 찾아낸 금호아시아나 관련 차명계좌는 박삼구·박찬구 회장이 2009년 이른바 ‘형제의 난’으로 불리는 경영권 다툼을 벌이기 전 금호석화 협력업체가 개설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호그룹이 비자금을 조성했다면 ‘형제의 난’ 전에는 두 회장이 같은 계좌를 비자금 창구로 사용했을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
어찌됐든 ‘지갑’인 차명계좌는 ‘형제의 난’ 이후 박찬구 회장 측으로 왔다.
그러나 지갑에 든 돈이 문제가 된 현 상황에선 두 회장측 모두 “내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하는 모양새다.
돈 주인을 가려내 처벌해야 하는 입장이 된 검찰은 누구 돈이든 개의치 않겠다는 태도다.
검찰 관계자는 “처음부터 박찬구 회장 돈이라고 한 적도 없다. 누군가를 목표로 정해놓은 수사도 아니다. 이제 절반 정도 온 것 같은데 혐의가 나오는 대로 갈 것이다”라고 수사방향을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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