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친·외아들도 ‘12·12’ 충격에 숨져
지난 1979년 발생한 12·12 사태 당시 수도경비사령관으로 신군부에 맞섰던 장태완(1931~2010) 전 사령관의 부인 이모(78)씨가 아파트 화단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17일 오전 9시 15분쯤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A아파트 화단에 이씨가 쓰러져 숨져 있는 것을 주민이 발견, 경찰에 신고했다. 이씨의 자택 안방에서는 “미안하다. 고마웠다. 오래오래 살아라.”라는 내용의 유서가 나왔다.
몇 년 전부터 우울증으로 치료를 받아온 이씨는 수개월 전에도 투신을 시도한 적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신군부에 의한 12·12 사태는 장 전 사령관의 가족을 불행으로 내몰았다. 장 전 사령관은 1979년 수경사령관으로 취임한 지 불과 1개월 뒤 당시 전두환 보안사령관이 이끄는 신군부가 일으킨 12·12 사태를 반란으로 규정, 진압하려다 실패해 강제 예편당했다. 장 전 사령관이 보안사에 끌려가는 모습을 TV를 통해 본 부친은 충격으로 이듬해인 1980년 4월 세상을 떴다. 1982년 서울대에 갓 입학한 외아들은 할아버지의 산소 근처인 낙동강변에서 숨진 채로 발견됐다. 서울대 자연대에 수석 입학한 수재였지만 아버지의 비운에 괴로워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장 전 사령관은 2010년 7월 폐암으로 별세했다. 남편의 죽음은 부인 이씨의 우울증을 악화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이영준기자 apple@seoul.co.kr
2012-01-18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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