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쁜날인데’ 연수생들 저마다 취업걱정

’기쁜날인데’ 연수생들 저마다 취업걱정

입력 2012-01-18 00:00
수정 2012-01-18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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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눈 낮추고 다양한 능력 키워야” “시간 지나면 다 잘될 것” 낙관도

18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호수로에 있는 사법연수원 대강당.

2년간의 고된 학업을 마치고 사회에 첫발을 내디디는 41기 사법연수생 1천30명은 마냥 기뻐할 수만 없었다.

사상 유례없는 법조 취업난으로 불릴 만큼 자리를 잡기가 녹록지 않은 현실 때문이다. 연수생들은 환하게 웃으며 친지들과 기념촬영을 했지만 불안감을 지우지 못하는 얼굴도 많았다.

사법연수원에 따르면 올해 취업대상자 854명(입대 176명 제외) 가운데 취업이 확정된 연수생은 349명으로 취업률은 40.9%에 그쳤다.

2008년 64.0%에서 2009년 55.9%로 떨어진 뒤 힘겹게 50% 중반대를 유지해온 취업률이 올해는 40%까지 뚝 떨어졌다.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졸업생이 처음 배출되는 올해는 법원, 검찰은 물론 대형 법무법인이 사법연수생 채용 비율을 대폭 줄여 취업난을 가속화했다는 분석이다.

변호사를 지망하지만 아직 자리 잡을 로펌을 결정하지 못했다는 A씨는 “앞으로는 업무 여건이 좀 더 좋지 않게 될 것 같다. 더 눈을 낮추고 다양한 능력을 키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법무관으로 입대 예정이라는 B씨는 “예년과 달리 올해는 로스쿨 졸업생이 나오면서 취업이 어려워진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면서도 “시간이 지나 2~3월이 되면 지금껏 그랬듯 모두 (취업이) 잘 될 것으로 믿는다”고 강조했다.

최근 취업할 로펌이 결정됐다는 C씨(여)는 “로스쿨생도 훌륭하겠지만 우리도 2년간 열심히 한 만큼 실전에서 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어서 사회에 나가고 싶은 마음”이라고 말했다.

취업 때문에 평생 한 번뿐인 수료식에 참석하지 못한 연수생도 있었다.

서울 명문대를 졸업한 D씨는 통화에서 “취업 면접이 수료식과 겹쳐서 참석하지 못했다”며 “동기들을 보면 취업난이 보는 것보다 더 심각하다. 많이 힘들어 한다”고 전했다.

이어 “로스쿨 졸업생들은 취업난에 대해 집단의 목소리라도 내지만, 우리는 공무원 신분이라고 해서 요구 사항을 내걸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취업 걱정은 이날 수료식에 참석한 주요 인사들의 축하인사에도 나타났다.

양승태 대법원장은 “로스쿨을 졸업한 법조인이 대량 배출되고 법률시장의 전면적 개방이 다가오는 등 환경이 급격히 변하고 있다. 법조계에도 무한경쟁의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며 “새로운 사고로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권재진 법무장관도 “법률시장 개방과 같은 법조계 변화에 따라 미래에 대한 불안이 적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한발한발 나아가면서 두려움과 불안을 떨쳐 버릴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영무 대한변호사협회장은 “치열한 경쟁과 경제위축이 어깨를 짓누르는 시대에 사회의 첫발을 내디뎠다”고 말했고, 김이수 사법연수원장도 “여러분의 시작이 처한 현실이 순탄치만은 않지만 어려운 현실을 슬기롭게 돌파해 나가리라 확신한다”며 제자들의 건승을 기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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