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들 ‘등록금 심의 자료 제출 거부’ 속내는

대학들 ‘등록금 심의 자료 제출 거부’ 속내는

입력 2012-02-08 00:00
수정 2012-02-08 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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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금 추가인하 차단 등심위 활동막기 꼼수

전국 대학이 잇따라 등록금을 확정, 발표하는 가운데 일부 대학들이 등록금심의위원회(등심위)에 심의 자료의 제출 거부로 학생과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때문에 등록금 산출 근거를 은폐, 추가 인하 요구를 차단하는 동시에 등심위의 활동을 유명무실하게 하려는 대학의 전략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숙명여대·한국외국어대 등 일부 사립대는 등록금 심의에 필요한 학교 회계운영 현황과 등록금 산출 근거를 등심위에 내지 않은 것으로 7일 밝혀졌다. 지난해 12월 개정된 고등교육법 시행령은 등심위가 회계운영 현황 자료와 등록금 산정 근거 자료를 요청할 수 있도록 못박았다. 이에 따라 대학은 관련 자료를 지체 없이 제출할 수밖에 없다.

해당 대학들은 2011년 추정 결산 자료와 등록금 산출 근거를 빼고 ‘교직원 보수’,‘관리운영비’ 등의 분류 항목만 공개, 예산의 사용처와 규모를 파악할 수 없다. 동국대는 지난달 26일 첫 회의에서 추정 예산 자료를 등심위에 제공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법규를 노골적으로 위반한 것이다.

나아가 대학들은 심의 자료를 학생 등심위 위원들이 가지고 갈 수 없도록 했다. 숙명여대는 학생들이 필요하면 써서 나가도록 했고, 동국대는 유출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받았다. 수천억원에 달하는 예산을 전문가의 도움 없이 등심위 회의에서 검토·분석하라는 주문이나 다름없다. 사실상 등심위 활동에 제동을 걸고 나선 셈이다.

교육계 관계자는 불성실한 대학들의 행태와 관련, “대학들이 자료 제출을 꺼리는 이유는 예·결산 내역이 공개되면 등록금 추가 인하의 근거가 드러나기 때문”이라면서 “나아가 등심위를 무력화시켜 사실상 허수아비로 만들려는 시도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고려대의 결산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4660억원의 예산을 편성했지만 7%에 해당하는 339억여원은 집행하지 않았다.

게다가 규정을 어긴 대학을 처벌할 수 있는 장치도 없다는 점도 문제다. 교육과학기술부 관계자는 “지난해 말 시행령 개정 이후 관련 지침을 대학에 보냈지만 위반 대학들을 처벌할 방안이 없어 고민”이라고 말했다.

김동현기자 moses@seoul.co.kr

2012-02-08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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