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해동기 충분하지만 직접증거 없고, 간접증거 불충분

부산에서 발생한 ‘시신 없는 살인사건’에 대해 항소심 재판부가 무죄를 선고한 것은 직접적인 증거가 없는데다 간접증거도 불충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살해동기도 충분하고 앞뒤 정황으로 봤을 때 살해했을 가능성이 크지만 유죄판결을 할 정도로 혐의가 완전히 입증됐다고 볼 수 없다는 판단이다.

재판부는 우선 피고인 손모(41·여)씨가 거액의 부채와 실직으로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권자인데도 범행 한달여전부터 월 300만원에 달하는 생명보험료를 냈고 인터넷에서 독극물과 살해방법 등을 수차례 검색한 사실 등을 거론하며 살해동기가 충분했다고 밝혔다.

또 손씨가 피해자의 사인을 심근경색에 의한 돌연사로 판정받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했고, 사후에 그 시신으로 자신의 사망신고를 한 뒤 보험금을 청구했으며 피해자 이름으로 운전면허시험에 응시한 사실을 주목했다.

재판부는 이와 함께 사건당시 상황에 대한 손씨의 진술이 번복되고 모순이 많아 피해자를 살해한 게 아니냐는 ‘매우 강력한 의심’이 든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나 피해자가 급성간성혼수나 심근경색 등으로 돌연사했거나 처지를 비관해 자살했을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 없고, 피해자의 시신에서 타살을 의심할 만한 흔적이 없었다는 증언을 채택해 무죄를 선고했다.

피해자의 시신에서 독극물 냄새가 나지 않았고 독살로 추정할 만한 토사물이 옷이나 몸, 차안에서 발견되지 않았기때문이다.

재판부는 마지막으로 증거재판주의 원칙과 ‘10명의 범인을 놓치는 한이 있어도 1명의 억울한 사람을 만들지 말아야 한다’는 법 정신을 언급한 뒤 “중형이 규정된 살인죄를 가볍게 인정한다면 국민의 자유권이 침해되고 훼손될 가능성이 심각하게 염려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직접적인 증거가 없는 ‘시신 없는 살인사건’에서 간접증거를 바탕으로 유죄판결이 확정된 경우도 다수 있어서 이번 사건은 결국 대법원에서 다시 한번 유·무죄를 가리게 될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