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갈취 무용담 자랑, 중학교 일진 반성은 커녕

돈 갈취 무용담 자랑, 중학교 일진 반성은 커녕

입력 2012-02-13 00:00
업데이트 2012-02-13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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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 중학교 폭력서클‥조폭 ‘축소판’

청주에서 경찰에 적발된 중학교 폭력서클은 성인 폭력조직의 축소판이었다.

경찰 조사를 받고 일단 귀가조치된 청주 A중학교 3학년 김모(15)군은 같은 학년 ‘일진’ 16명과 함께 ‘○○중 짱’이라는 폭력서클을 결성했다. 김군이 ‘싸움을 잘하는’ 학생만 골라 만든 이 서클은 1990년대 후반까지 국내에서 기승을 부린 학교 폭력서클 ‘일진회’와 흡사하다고 경찰 관계자가 말했다.

이 폭력서클이 만들어진 것은 작년 봄이다. 리더인 김군은 1, 2학년 때부터 싸움을 잘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그런 김군이 3학년에 올라가면서 같은 학년의 학급별 ‘일진’(폭력학생)들을 규합해 조직을 만든 것이다.

이 학교 학생들 사이에서 이들은 공포의 대상이었다. 김군 등은 용돈이 필요하면 다른 학생들을 협박해 수시로 돈을 빼앗았다. 돈이 없다고 하면 무자비한 폭행이 뒤따랐다. 하지만 피해 학생들은 이들의 위세에 눌려 반항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김군 등의 괴롭힘을 견디다 못한 2학년 이모군은 작년 9월 이후 수차례 자살을 기도했다. 하지만 보복이 무서워 부모한테도 고민을 털어놓지 못했다.

김군 등 서클 멤버들은 2학년과 1학년에서 ‘주먹을 쓰는 학생’들한테 정기적으로 상납을 받기도 했다. ‘이진’(2학년)들은 20만원, ‘삼진’(1학년)들은 10만원씩 할당하는 식이었다. 상납받은 돈은 주로 생일파티 등 노는 데 썼다.

‘일진’의 지시가 떨어지면 ‘이진’과 ‘삼진’들은 주변 동급생들한테 돈을 빼앗았다. 이런 식으로 ‘일진’의 갈취는 학교 전체로 퍼졌다. 성인 폭력조직과 유사한 ‘상납고리’가 형성된 셈이다. 이렇게 상납에 익숙해진 ‘이진’과 ‘삼진’은 나중에 ‘일진’이 돼 똑같은 비행을 되풀이한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김군 등 ‘일진’들은 ‘이진’, ‘삼진’의 뒤를 봐주기도 했다. 상납을 하는 후배가 다른 동급생과 다투면 그 학생을 불러내 집단구타하는 식이다.

영장이 신청된 김군은 이달 초 유흥비를 마련하려고 모터사이클을 타고 날치기를 하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그런데 조사 과정에서 폭력서클을 결성해 후배들 돈을 뜯은 사실을 ‘무용담’처럼 털어놓았다. 죄의식이나 반성의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은 지난 10일 A중학교를 방문, 김군 등 폭력서클 멤버 17명으로부터 ‘재발방지 약속’을 받았다. 본격적인 조사에 앞서 일단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한 조치였다.

이 사건을 맡고 있는 경찰 관계자는 “김군 등 폭력서클 멤버들의 행태는 성인 폭력조직을 뺨칠 정도”라면서 “선도로는 어렵고 형사처벌이 필요하다고 판단돼 일단 리더인 김군에 대해 영장을 신청한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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